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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법대로 하자” 고소전에 법률자문단 확대… 정치 실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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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법대로 하자” 고소전에 법률자문단 확대… 정치 실종 우려

입력
2019.05.07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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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300명까지 확대” 총선 앞 인재 영입 포석도… 민주당은 10명 늘려

황교안(왼쪽 두 번쨰)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교안(왼쪽 두 번쨰)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별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당내 법적 현안을 대응하는 법률자문위원회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나섰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이 장기화되고 정부ㆍ여당과 끊임없이 고소ㆍ고발전을 치르면서 인력 확대의 필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향후 대여 강경투쟁 전선을 확대하려는 포석인 동시에 내년 4월 총선 앞둔 인재 영입 성격도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도 한국당에 공세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법률자문 조직을 확대하고, 인재 풀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6일 한국당에 따르면 현재 한국당 법률자문위는 37명 규모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의원이 2016년부터 5회 연속 위원장을 맡고 있다. 4ㆍ3 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입성한 대검 공안부장 출신의 정점식 의원이 최근 비(非) 법조인인 이양수 의원 후임으로 부위원장을 맡아 전반적인 대응력은 한층 높아졌다. 여기에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률자문위원을 300명까지 확대할 것을 최 위원장에게 주문했다. 직권남용 등 정부ㆍ여당의 각종 부조리가 포착되는 대로 재빠른 법적 대응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다.

한국당에선 황교안 체제 출범 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을 고발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한국당은 올해 초 각 위원회 정원을 50명 이내로 정했지만 법조인 출신 당 지도부 의중에 따라 법률자문위 규모만 현재보다 10배 가까이 키우려 하고 있다. 최교일 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현재 43명까지 위원이 늘었으며, 일단 정부 비리나 실정을 짚는 각종 특위에 위원 1명씩을 배치하고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 같은 여러 제보자 지원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민주당 한국당 법률자문기구 현황 -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민주당 한국당 법률자문기구 현황 - 송정근 기자

법률자문위 몸집 불리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무부 등 정부기관 협조를 받지 못하는 야당의 고충이 고려된 측면도 있다. 원영섭 법률자문위원 겸 당 조직부총장은 “여당 때는 정부기관 자료나 유권해석이 필요할 때 협조가 잘 됐지만, 야당은 법률이슈에 대해 자체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권과의 소송뿐만 아니라 선거법 등 각종 법률분석 및 당헌ㆍ당규 해석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는 것도 법률자문위의 몫이다.

앞서 한국당이 여당이던 2016년에는 법률자문 수요가 적었는데도, 변호사들이 경쟁하듯 몰려 현재보다 두 배 규모로 지원단이 꾸려진 적도 있었다. 집권여당으로 정치판에 뛰어들고 싶은 법조인들이 당활동 경력에 한 줄이라도 넣기 위해 당 고위인사 추천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한국당은 2016년 전문성이 떨어지는 위원을 중심으로 절반 가량을 해임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법률자문위를 확대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활용도가 높은 법조인 그룹을 인재로 영입하려는 측면도 깔려 있다. 한국당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변리사ㆍ세무사ㆍ공인회계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인사도 영입할 계획인데, 황 대표는 특히 여성법조인과 청년 변호사 영입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국당이 우파 변호사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최근 민주당에 고발된 한국당 의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황 대표가 우파 가치를 가진 변호사들로 인재풀을 만들겠다는 말을 한 듯하다”며 “여권의 법률조력그룹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대적할 우파 변호사 연합이 보수당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첫 공립 전환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 이해찬(왼쪽)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첫 공립 전환 유치원인 구암유치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최고위원회의. 이해찬(왼쪽)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만큼 두드러지진 않지만, 민주당도 법률지원조직 규모를 키우고 있다. 당의 공식조직인 법률위원회는 검사 출신인 송기헌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변호사 18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최근 별도 자문단이 추가되면서 인력풀이 10여명 더 늘었다. 법률현안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논의할 때 실무적인 조언 필요성이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집권여당이니 현안 관련 공식입장을 내거나 조치를 취할 때 야당 때보다는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며 “법률문제를 사전에 꼼꼼히 살펴보는 자문그룹의 역할이 야당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법률위원회와 자문단에 자원하려는 인사도 늘고 있다. 정치권 진입을 바라는 법조인에게 등용문으로 인식되는데다, 본업(사건수임)을 하면서도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공천 심사 때 당 기여도에서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위원회 소속 한 변호사는 “업무강도가 높지 않으면서도 당과 좋은 연결고리가 된다”며 “당도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동시에 언제든 중용할 인재풀로 활용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민주당의 법률지원그룹 확대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편협한 정치적 논리를 법률적으로 포장하는 법 기술자들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의 민주당 중진의원은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의 본질은 실종되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법논리만 판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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