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드라마나 광고에 출연시켜주겠다며 아역배우 부모에게 거액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아역배우 부모 15명은 이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2년간 교습비를 냈지만 주연 발탁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아이들의 방송 출연을 미끼로 부모로부터 5억원을 뜯어낸 기획사 대표 A(48)씨와 사무담당 B(48)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다른 사기 사건 재판으로 법정구속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아역배우 부모들에게 ‘아역배우 전문 기획사’라며 접근했다. 부모들에겐 “자녀가 캐스팅됐으니 오디션에 오라”고 속였고, 오디션을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는 “자질은 있지만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가전속계약을 맺어 교습을 받게 했다. A씨 일당은 부모와 가전속계약을 맺으며 등록비 300만원에 교습비만 1년에 2,400만원을 요구했다. 교습비를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 출연 수입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속였다.
경찰 수사 결과 A씨 일당은 TV 오디션프로그램이나 다른 연기학원 등을 통해 아역배우 인적사항과 부모 연락처가 담긴 연락망을 구한 뒤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피해자를 꼬여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역 전문 기획사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기획사임을 내세워 각종 수업료를 받아 챙기는 학원에 가깝게 운영됐다.
당연히 유명 작품 출연은 성사되지 않았다. A씨 기획사에 소속된 아역배우들은 단역 정도로 일부 작품에 출연하는데 그쳤다.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면 A씨는 “신고하면 (자녀들이)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겁박하는 방식으로 제압했다. 부모들은 혹시 아이가 받을 지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끙끙 앓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오디션을 보러 온 아역배우 부모를 상대로 연기ㆍ노래ㆍ춤 등을 더 배워야 하니 교습비를 내라 한다면 전형적인 ‘학원형 기획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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