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로 변신하고 시각장애인 손발 되어주고 
 브이로그 붐 “카메라 없인 밥도 안 먹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찰나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카메라를 집어 든다. 하지만 카메라는 더 이상 멈춰 있는 순간만을 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함께 있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를 하루 종일 지켜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대낮에도 어둠 속에 있는 이들에겐 ‘제2의 눈’이 되어 줄 수도 있다. 소소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기억하도록 영상으로 기록할 수도 있다. 단편적인 일상을 기록하고 감상하는 것을 넘어 카메라는 끝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CCTV로 변한 카메라 “너의 취향이 보여”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김형렬(39)씨는 지난 2월 아내와 함께 출근하면 온종일 집을 혼자 지키는 반려견 ‘퐐로미’(10)를 위해 책상 서랍을 뒤졌다.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그것. 때 지난 스마트폰 공기계를 찾기 위해서였다.

통신기기로서의 수명은 다 했을지언정 순간을 담아내는 카메라 기능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김씨는 스마트폰 공기계의 카메라 기능을 폐쇄회로(CC)TV로 활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무얼 하며 그 긴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주인 없는 동안 혹시 다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어 퐐로미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CCTV 본체 역할을 하는 스마트폰 공기계와 현재 쓰는 스마트폰에 각각 관련 애플리케이션(앱)만 깔면 끝이었다.

지난 2월 김형렬씨가 스마트폰 CCTV를 통해 촬영한 반려견 퐐로미의 모습. 김씨 부부가 집을 비우면 퐐로미는 주로 햇볕이 잘 드는 침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김형렬씨 제공

퐐로미의 주 활동 구역으로 예상되는 거실과 침실 두 곳에 설치 완료. 잘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퐐로미는 예상 외로 낮잠도 잘 안 자고 수시로 두리번거렸다. 마치 주인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카메라 화면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김씨는 “거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 거란 예상과 달리 퐐로미는 햇볕이 잘 드는 침대 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주인이 없어 불안해 보이기도 하고 심심해 하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직장에서도 퐐로미를 수시로 관찰할 수 있어 안심”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을 땐 잘 알지 못했던 퐐로미의 취향을 그는 카메라 속에서 확인한 것이다.

반려견을 키우거나 돌보미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한 부모들이 가정 내 CCTV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자동 회전 같은 세부적인 기능은 없지만 실제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 경제적이어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15개월 아들(2)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주부 노유진(33)씨는 아기침대가 있는 안방 화장대에 이 ‘스마트폰 CCTV’를 설치했다. 아기를 재우고 밀린 설거지나 집 안 청소를 할 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아기의 자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다. 안방에 수시로 들어가 보지만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 잠에서 깨거나 침대 밖을 나오다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노씨는 거실에 머무는 잠깐 동안에도 CC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는 “아기들은 1초라도 방심하는 사이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집 안에 함께 있을 때도 CCTV를 이용한다”며 “안 쓰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거라 비용이 들지 않아 좋고 안심도 된다”며 만족해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세상을 읽어 주는 앱도 있다. LG유플러스와 투아트가 지난달 선보인 시각보조앱 ‘설리번+(플러스)’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알려 준다. 사용자가 탁자 위에 놓인 펜을 촬영하면 ‘탁자 위에 펜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인식한 문자를 읽어 주는 기능도 있어 식당 메뉴를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자녀의 가정통신문도 읽을 수 있다. 개발사 투아트 측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손이 돼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추억 담는 영상 촬영에 푹 빠진 사람들 

소소한 일상은 카메라를 타고 한 편의 영상 작품이 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브이로그(Vlog) 시대, 의미 있는 순간을 영상으로 담기 위해 카메라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다. 블로그가 특정 주제에 관해 작성한 글(활자)과 사진(이미지)을 중심으로 작성된 콘텐츠였다면 브이로그는 한 편의 영상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음악과 자막 등을 함께 넣어 제작한다.

문교리씨가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동영상 장면. 여행을 나서는 발길, 퇴근 후 장보기 같은 소소한 일상도 문씨에게는 훌륭한 영상 콘텐츠다. 문교리씨 제공

직장인 문교리(26)씨에게도 카메라는 직장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 주는 활력소다. 퇴근 후 장보기, 파스타 만들기, 서랍장 설치하기, 맛집 방문 등 문씨는 자신의 모든 일상에 렌즈를 들이 댄다. 사진이 예상치 못한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영상은 그 순간의 ‘시간’을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문씨는 생각한다. “조금만 신경 써서 영상을 찍어 두면 나중에 편집할 때 ‘이 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 재미있는 순간들을 다시 회상해볼 수 있어요. 특히 여행지에서 찍어둔 영상은 그 자체로 시간의 기록이죠.”

문씨처럼 “카메라 없인 밥도 안 먹는다”는 브이로그 기록자들에게 카메라는 그야말로 일상의 동반자다. 직장인 최희정(25)씨는 영상의 매력을 현장감이라고 생각한다. 한 컷에 모든 걸 담아야 하는 특성 상 사물과 공간의 배치 등을 고민하게 만드는 사진과 달리 영상은 촬영하는 내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담고 싶은 장면을 그 어떤 제한도 없이 담아낼 수 있고 찍는 당시엔 미처 보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어 추억을 소환하는 데 더 용이하다. 최씨는 “사진을 찍을 때는 찍을 당시 내 기분을 알 수 없지만 영상은 촬영할 때 나의 기분이나 상황까지 기록돼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메라와 ‘물아일체(物我一體)’돼야 할 이들에게 카메라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도 휴대성이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꺼내 영상을 간편하게 찍을 수 없다면 그건 카메라가 아닌 성가신 짐짝에 불과하다. 브이로그를 찍을 때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가로 83㎜, 세로 47㎜, 무게 114g)의 액션캠을 주로 사용한다는 최씨는 “화질은 좋으나 무겁고 찍을 때 손이 많이 가는 DSLR 카메라를 쓰느니 화질은 살짝 떨어져도 언제든 바로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브이로그가 인기를 끌면서 영상을 좀 더 안정적으로 찍기 위한 도구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핀마이크, 거치대(삼각대), 조명 등 과거 방송업계에서나 쓰일 법했던 카메라 장비들은 카메라와 세트로 묶어 판매되기도 한다. 지난달부터 17개월 된 딸의 일상을 매일 영상으로 담기로 마음먹은 직장인 양홍준(35)씨도 동영상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카메라 지지대인 ‘짐벌(gimbal)’을 13만원에 구입했다. 양씨는 “한시도 가만 있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안정감 있게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여행할 때는 초소형 액션캠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홍준씨가 최근 구입한 짐벌을 이용해 딸의 성장동영상을 찍고 있는 모습. 양홍준씨 제공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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