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관련 사실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별장 동영상’의 촬영 시점이 검찰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정됐다. 촬영 시점이 2007년 12월 말이라, 아직 특수강간죄 공소시효(15년)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촬영 성범죄가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사의 불씨는 일단 살아났지만, 동영상 자체만으로는 강요된 성관계의 정황이 없어 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최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조카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별장 동영상의 최초 촬영본과 근접한 동영상을 새로 확보했다. 영상은 촬영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형태로 발견됐다고 한다. 수사단 관계자는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동영상에는 촬영 날짜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며 “기술적 분석을 거쳐 동영상 촬영날짜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원본에 가까운 별장 동영상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3년 수사에서 경찰이 입수한 동영상은 저화질본과 고화질본 2가지다. 하지만 고화질 영상조차 원본 동영상을 틀어놓고 화면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2012년 10월 제작된 복사본이었고, 경찰은 결국 참고인 진술에 의존해 촬영시기를 2006년으로 추정했었다.
이번에 수사단이 특정한 동영상 촬영 시점은 2007년 12월 말이다. 그런데 이 시점은 우연히도 공소시효를 좌우할 법 개정 시점과 맞물려 있다. 김 전 차관 등이 받는 혐의인 특수강간죄의 경우 2007년 12월 21일 이후 발행한 행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촬영 시점이 2007년 12월 21일 이후라면 공소시효가 살아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얼굴이 촬영되지 않도록 고개를 돌려, 헤어스타일이나 체격, 의상 정도의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진술은 엇갈린다. 2014년 김 전 차관을 고소했던 이모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윤씨는 “동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 전 차관이지만 여성은 유흥주점에서 데려온 사람”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차 수사에서 △이씨와 동영상 속 여성이 체격이 다른 점 △다른 여성을 동영상 속 인물로 지목해 오다 뒤늦게 고소한 점 △ 동영상 속 의상을 제출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동영상 내용에는 직접적으로 드러난 폭력이나 협박의 정황이 없어 성범죄의 증거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수사단의 고민이다. 동영상 속 여성이 반항을 하거나 멈칫거리는 등 주저하는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된 동영상은 성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라기보다는, 동영상 논란을 둘러싼 김 전 차관의 진술이 신빙성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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