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발사 13시간만에 트윗… 일본도 북일회담 기대담에 말 아껴
북한이 4일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나섰지만 주변국은 맞대응을 자제했다. 과거처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정해 북한을 더 옥죌 경우 비핵화 국면이 완전히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신 미국은 북한의 조속한 협상 복귀를, 중국은 미국의 양보를 촉구하며 주판알을 튕기는데 분주했다. 북한의 마사일 발사 때마다 호들갑을 떨던 일본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내심 기대하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 후 13시간이 지나서야 트윗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올렸다. 또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 도리어 경제 보상을 거론하며 비핵화 합의를 재차 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 보고를 받고서 격노했다”면서 “참모진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할 때까지 트윗을 자제하라고 권유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양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어르고 달래기에 앞서 한미 간 협의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언론은 북한이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저강도 도발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위원장이 과거 김일성과 김정일의 낡은 각본을 부활시키고 있다”며 “북한의 행위는 트럼프를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가장 도발적인 불만의 표시”라며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모라토리엄(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위반했다고 미국이 결론 낼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번 도발이 판을 깰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따른 당연한 반응”이라고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했다. 양시위(楊希雨) 국제문제연구원 주임은 “단거리 발사체는 어떠한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는 일반적 군사훈련”이라며 “하지만 이를 통해 북한이 군사력을 계속 강화하면서 상황을 타개하려 뚜렷한 정치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랑왕(新浪網)은 “북한의 이번 행동은 미국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것”이라며 “막다른 골목에 처한 북한이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미중 양국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어부지리를 노리며 말을 아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일본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영향이 없다”고 했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도 “일본의 안전보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태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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