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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말하게 하라”… 스페인 작가 하이메 아욘과 하비에르 마틴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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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말하게 하라”… 스페인 작가 하이메 아욘과 하비에르 마틴의 상상력

입력
2019.05.06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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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대림미술관, 서울미술관에서 나란히 내한 전시 

하이메 아욘이 자신의 작품 '그린치킨(Green Chicken)'을 타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림미술관 제공
하이메 아욘이 자신의 작품 '그린치킨(Green Chicken)'을 타고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림미술관 제공

스페인 출신 작가인 하이메 아욘과 하비에르 마틴이 나란히 한국을 찾았다.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안토니 가우디 등 스페인에서 나고 자란 많은 거장이 그렇듯, 특유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펄떡이는 작품과 함께다. 둘은 전통 회화나 조각이 아닌 가구, 장식품, 콜라주 등 흥미로운 매체들로 전시 공간을 채웠다.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 전시(11월 7일까지)를 여는 아욘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깬 디자이너다. 가구, 장식품 등 대량생산 생활 용품을 만들면서도 창의성과 표현력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2014년 타임지는 그를 ‘가장 창의적인 아이콘’으로 꼽았다.

하이메 아욘 작품 'courtesy of bosa'. 대림미술관 제공
하이메 아욘 작품 'courtesy of bosa'. 대림미술관 제공

아욘은 ‘연금술사’라는 별명대로 소재 사용의 귀재다. 크리스탈과 세라믹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한 데 섞고 유리섬유(Fiber glass) 등 신소재를 작품 속으로 적극 끌어오기도 한다. 다양한 소재들은 아욘의 상상력에 따라 가구, 장식품, 조각, 회화, 설치 작품으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140여점 중에는 아프리카 전통 마스크와 의복을 유리 화병으로 재해석한 ‘아프리칸도’ 시리즈와 파인애플, 석류 등 익숙한 사물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해 크리스탈로 제작한 ‘크리스탈 캔디 세트’ 시리즈 등이 포함됐다.

하이메 아욘의 작품 'The tournament'. 대림미술관 제공
하이메 아욘의 작품 'The tournament'. 대림미술관 제공

작품 면면에 ‘동심’이 심어져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주제에 따라 7개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미술관 4층에 마련된 ‘아욘의 그림자 극장’에선 천진난만한 그의 작품 세계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어릴 적 색종이를 오려 만든 듯한 조형물의 그림자가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면서 만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2m 높이 세라믹 체스 32개로 구성된 ‘더 토너먼트’는 동화의 한 장면 같다.

최근 내한한 아욘은 “작품의 물성과 그 특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법을 오랫동안 탐색하는 편”이라며 “공예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각국을 돌아다니고 장인들을 만나며 많은 연구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처럼 자유롭고 흥미로운 생각을 해내기 위해 매일 눈을 뜰 때마다 ‘0’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귀띔했다.

하비에르 마틴이 자신의 작품 '블라인드니스' 앞에서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하비에르 마틴이 자신의 작품 '블라인드니스' 앞에서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마틴 역시 형형색색의 네온을 사용해 소재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보이지 않는’ 전시(7월 28일까지)에서 그는 사진과 네온을 콜라주한 ‘블라인드니스’ 시리즈를 내놨다.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여성 모델 수십 명의 눈을 네온으로 가려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 없도록 한 게 특징이다. 마틴은 “거리를 빛내는 네온은 우리를 현혹시키는 대표적 소재”라며 “관객들이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을 여성 모델들의 내면에 집중하도록 눈을 네온으로 가렸다”고 설명했다.

하비에르 마틴의 작품 '블라인드니스 위안'. 모델 사진 속 착장을 중국의 화폐인 위안으로 바꿨다. 신지후 기자
하비에르 마틴의 작품 '블라인드니스 위안'. 모델 사진 속 착장을 중국의 화폐인 위안으로 바꿨다. 신지후 기자

마릴린 먼로, 앤디 워홀 등 유명인들의 얼굴 사진을 코ㆍ입만 남기고 오려 낸 ‘페이머스 컷’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눈과 뺨, 이마를 제거했기 때문에 사실상 남아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음에도 관객들은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 본다. 매체에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외적 이미지를 맹목적으로 소비하고 우상화하는 현대인의 행태를 비판한 작품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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