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허용된 이란의 핵 활동마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란이 강력 반발하면서 당분간 양측의 갈등은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부터 우라늄 농축 활동,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과 연결된 중수 보관을 지원하는 외국의 활동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와 오만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2030년까지 3.67%까지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고 보유량도 최대 300㎏이 상한이다. 3.67%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의 농도다. 이란은 핵합의 이후 상한을 넘는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의 정련된 우라늄과 교환해왔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반출을 핵확산 활동으로 보고 러시아와의 교환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핵활동과 관련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또 중수로의 감속재나 냉각재로 쓰는 중수를 이란 대신 저장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핵합의에서 이란의 중수 보유 한도는 130톤으로 이를 초과한 생산량은 수출하기로 했는데, 현재는 오만이 이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실험로로 설계 변경한 아라크 중수로와 의학용, 화학 실험에 쓰는 중수 생산시설을 보유했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라크 중수로의 운용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미 국무부는 이번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 정권이 불안을 일으키는 행위를 중단하고 포괄적 핵협상을 위한 테이블로 돌아올 때까지 최대 압박을 가속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새롭고 더 강력한 핵합의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강력 반발했다. 내부에선 미국과의 협상을 ‘반역’으로 여기는 기류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핵합의의 틀 안에서 이란은 계속 중수를 생산할 수 있고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핵합의를 어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분기별 이란 사찰보고서에서 지난 3년간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했다고 확인했다.
핵협상을 타결한 주역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협상 뒤 거짓을 일삼는 악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진행한 협상은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서 “그런 굴욕적인 협상을 절대 하지 않겠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제재가 강해지면서 이란 현지에서는 핵합의 파기 주장을 포함해 군부를 중심으로 강경한 반미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흐름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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