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연하 근위대장과 결혼한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
“정의로 다스릴 것” 등극 일성 … 69년 전 선왕과 같아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4일 방콕 시내 왕궁에서 대관식을 갖고 공식 즉위 했다. 2950년 5월 5일 이후 69년만에 태국에서 이뤄진 대관식으로, 왕궁 주변 태국 시내에는 인파가 몰려 새 국왕을 반겼다.
태국 왕실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950년 선친인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대관식 이후 69년 만에 치러진 이 날 대관식은 수 세기부터 전해 내려온 불교 및 힌두교의 전통에 따라 치러졌다.
대관식에는 왕족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와 고위 장성, 각계 대표, 외국사절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대관식에서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은 전통에 따라 왕관을 받기 전 흰 옷차림으로 태국 전역에서 길어 올린 성수를 자신의 머리와 몸에 붓는 정화 의식을 치렀다. 이후 행사를 주관한 힌두교 최고지도자로부터 국왕의 공식 이름과 직함이 적힌 황금 명판과 왕권을 상징하는 왕실 휘장을 받았다.
와찌랄롱꼰 국왕은 낮12시 대관식 칙사에서 “모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정의로서 다스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69년 전 선왕인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이 대관식 때 한 일성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왕은 200년 전 제작된 다이아몬드 원석이 박힌 높이 26㎝, 무게 7.3㎏의 황금 왕관을 건네 받아 머리에 올렸다.
태국 전역의 수 천 개 사원에서 승려들이 종을 울렸고, 왕궁 밖에서는 육ㆍ해ㆍ공군 포병대가 수 십여발의 예포를 발사하면서 국왕 즉위에 경의를 표했다.
대관식 2일차인 5일에는 국왕이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왕실 작위를 수여한다. 같은 날 오후에는 16명의 병사가 둘러멘 왕실 가마에 올라 왕궁 일대 사원 등을 도는 행진을 한다. 약 7㎞에 달하는 가마 행진 과정에서 연도에 모인 시민들은 국왕에게 존경을 표한다. 태국 정부는 가마 행진을 보려는 시민의 수가 20만명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6일에는 국왕이 왕궁 발코니에서 국민에게 인사하는 행사가 열린다.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은 이후 왕국에서 태국 주재 각국 외교사절단의 알현을 받는다.
이번 대관식 비용은 10억 바트(약 3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있은 푸미폰 전 국왕의 장례비용은 그 3분의 1 수준이었다.
와찌랄롱꼰 국왕은 대관식을 앞두고 지난 1일 항공사 승무원 출신인 수티다 경호실장과 결혼하고 그를 왕비를 책봉했다. 와찌랄롱꼰 국왕의 4번째 결혼이다.
태국 국왕에 대한 존경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낮은 게 현지 대체적인 분위기다. 태국은 1932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됐지만, 왕실은 여전히 국민생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국왕과 왕족의 사진을 내걸고 있고 왕족에 대한 모욕과 중상, 협박 행위는 불경죄로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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