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얼마나 용인할지 의문”
북한이 4일 함남 형흥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해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제재 완화에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 북한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김정은이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레버리지를 얻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킬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해리 카자니아스 미 국익연구소 국방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분명 최근 베트남 회담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좌절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압박’ 정책을 고수하며 제재완화에 있어 보여주는 ‘유연성 결여’에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매체는 이번 발사가 장거리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 유예)’을 저버린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고조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에이브러험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NYT에 “이번 발사가 김정은의 공약을 위반한 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는지, 김정은에 대한 그의 신뢰가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역시 이번 발사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발사가 지난달 북한이 전술 무기를 시험했다고 밝힌 뒤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북한이 미국을 향한 압박을 증가시키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언론도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에 주목했다. NHK는 일본 방위성 간부를 인용해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았다”면서 "북한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발사를 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위성의 또 다른 간부는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는 것은 김정은이 북미 협의 결렬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영토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가 날아온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6분쯤부터 9시 27분쯤까지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기종이 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남북,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지난해부터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자제해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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