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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사치스런 직업'이란 비판에 봉사활동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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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사치스런 직업'이란 비판에 봉사활동 시작했죠"

입력
2019.05.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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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사치스런 직업’이란 말에 봉사활동 시작했죠”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을 칭찬합니다

최동학(동인동물병원) 원장이 치료한 유기견을 안고 미소짓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최동학(동인동물병원) 원장이 치료한 유기견을 안고 미소짓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야생동물은 3일 안에 어미 품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3일이 지나면 새끼를 포기합니다.”

2009년 8월, 침산교 밑 잠수교 부근에서 어린 수달 두 마리가 발견됐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야생 수달이었다. 폭우 때문에 신천 둔치가 잠겨 미아가 된 상태였다. 이때 동물병원 원장 한 명이 새끼를 케이지에 두고 3일 동안 텐트 속에서 잠복을 했다. 최동학(56) 동인동물병원 원장의 이야기다. 결국 어미를 찾지 못했다.

“어미 품에서 자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 할 경우 사람이 돌보는 수밖에 없죠. 그냥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우니까요.”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었다.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다만 수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강한 의무감이 있었을 뿐이었다.

“90년대 초반 무렵, 수의사가 사치스런 직업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어요. ‘우리 사회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수의사는 사치스러운 직업이다’는 논지였죠. 그때부터 수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일까’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제일 먼저 시작한 봉사는 소외된 반려동물을 찾아 무료수술과 사료 공급을 하는 일이었다. 1996년부터 일요일마다 팀을 꾸려 애견고아원을 방문했다. 그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그가 운영하는 동인가축병원이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지정됐다. 1998년에는 대구경실련 산하 환경개발센터에 야생동물구조센터을 설치했고, 2002년에는 지역공수의로서 전염병 예찰과 예방에 앞장섰다.

2000년부터 연간 2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구조했다. 천연기념물 50여 마리를 치료해서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대구 달성공원 야생동물도 야간을 이용해 치료했다. 모두 무료봉사였다. 3년 후 대구시에서 치료비 지원이 시작되었고 현재 각 구별로 8개의 동물병원이 야생동물치료센터 지원 중이다.

“봉사정신이 없으면 못합니다.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동물은 애완동물과 달리 배변 냄새가 지독합니다. 내원객들이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병원운영이 힘들 정도죠.”

무수한 야생동물들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수달이었다. 2005년, 한 시민이 신천변에 다친 수달이 있다는 제보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천에 야생 수달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최 원장은 수달을 정성껏 치료했다. 방사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험상 다친 동물은 치료 후 야생으로 보내주면 새로운 환경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로드 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방사의 결과가 싸늘한 죽음으로 다가올 때 안타깝고 허망한 기분에 잠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수달은 다리가 짧아 육지에서 빨리 달릴 수가 없기 때문에 차에 치이기 쉽다.

최원장(왼쪽)이 신천수달의 활동사항 및 이동경로 파악을 위해 신천수달 복강 내 추적용 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인동물병원 제공
최원장(왼쪽)이 신천수달의 활동사항 및 이동경로 파악을 위해 신천수달 복강 내 추적용 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인동물병원 제공

최 원장은 보호 대책을 강구했다. 차들이 질주하는 신천 동로에는 서행운전과 ‘수달이 살고 있다’는 푯말을 붙였다. 안전펜스도 설치했다. 이후 15년 동안 신천 동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수달이 한 마리도 없다.

수달 생태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도 진행했다. 먼저 수달이 어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신천에 들어왔는지 조사했고, 방사 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연구했다. 대구시에 협조를 요청해서 2006년부터 신천 수달에 대한 본격적 수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신천 수달은 금호강 지류를 타고 신천까지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을 꾸려 2010년 서울대학교 야생동물 유전자은행에 DNA분석을 의뢰한 뒤로 5년 주기로 추적과 조사를 계속했다. 처음 수달이 발견된 2006년에는 5~6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2010년에는 13마리, 2014년에는 15마리로 개체수가 늘어났다. 올해는 19마리의 신천 수달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발표했다. 최 원장은 “신천 수달은 대구 시민의 자부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천은 야생동물이 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천금호강종합개발계획으로 1997년 펌프장 설치로 수질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각종 물고기와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되었죠. 붕어, 잉어는 수달이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먹이사슬이 형성된 거죠. 금호강에 살던 수달들이 먹이가 풍부한 신천으로 이동했습니다. 신천에 수달이 살게 된 것은 물이 흐르는 깨끗한 신천조성과 시민들의 보호 의식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자부심을 느낄 만하죠.”

지금까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최 원장은 “여전히 숙제가 많이 남았다”고 했다. 그중에서 가장 요원한 일은 공립 야생동물병원 설립이다.

“야생동물은 구조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합니다. 일찍 방사하면 대부분 굶어 죽습니다. 체계적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서는 대구시 차원에서 야생동물병원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원장이 삼색다람쥐 꼬리골절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인동물병원 제공
최원장이 삼색다람쥐 꼬리골절 수술을 하고 있다. 동인동물병원 제공

최 원장은 6년 전 대구수의사협회 회장에 당선되면서 야생동물계류장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발 빠르게 팔공산 인근에 부지도 확보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관할구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결국 계획이 무산되었다. 지금도 대구시와 계속 협의 중이다. 그는 “대구시의 생태 수준을 볼 때 야생동물병원 하나쯤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반려동물 문화는 도시 선진화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할 일이 있다고 했다.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 집에 데려가지 마세요. 그 자리에 두십시오. 주변에 어미의 사체가 있으면 구조대상이지만 새끼가 혼자 있는 경우는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웠거나 인기척 때문에 근처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귀엽다고 만지거나 데려오면 안 됩니다. 집으로 데려오면 진짜 불쌍해집니다. 사람의 호기심으로 인해 어미와 새끼를 생이별을 시키고 생존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 최원장은 경북대 수의과를 졸업, 1990년 동인동물병원을 개원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대구경실련 산하 환경개발센터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 치료활동분야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경습지연대에서 조류 구조 및 치료센터 위원장, 대구시 신천 수달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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