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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각자도생 탓에 더 꼬이는 ‘망 사용료 차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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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각자도생 탓에 더 꼬이는 ‘망 사용료 차별’ 문제

입력
2019.05.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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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한테는 받으면서, 구글한테는 왜 못 받아?’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이 국내에서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어,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주요 CP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SKB),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CP들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협상에 잘 나서지 않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 CP들은 통신사들이 글로벌 CP 앞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스스로 협상력을 깎아먹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망 사용료 성격을 놓고 통신 3사와 글로벌 CP 간 의견은 크게 갈린다.

통신사들은 CP들이 자신들의 인터넷 망을 활용해 콘텐츠를 소비자들한테 공급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반드시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CP들은 망 사용료 부과 여부는 통신사와 CP간 계약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성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런 논쟁은 외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가입자가 충분히 확보된 미국 등 인터넷 망 공급자가 힘이 쎈 지역에서는 CP들이 별도 계약을 체결해 망 사용료를 일정 부분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충분하지 않아 CP사 매출 증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른바 통신사 영향력이 약한 지역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도 한다. 같은 국가라도 통신사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냐 아니냐에 따라 CP가 각 통신사에 내는 망 사용료 규모는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중간적 위치에 놓여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인터넷 사용자 수는 충분히 확보돼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이 한국시장 매출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통신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글로벌 CP들과 개별 협상을 맺으면서 현재는 글로벌 CP 시장 지위가 더 높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자사 인터넷TV(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탑재하면서 넷플릭스 전용서버(캐시서버)를 구축했다. 서버 구축 비용과 수익 배분 등의 구체적 조건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신업계는 넷플릭스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와 유리한 계약을 맺으면서 우리와는 협상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우리 망을 활용해 넷플릭스를 보는 고객도 많으니,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넷플릭스 콘텐츠를 끊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올해 초 SKB와 망 사용료 계약을 매듭지었지만 LG유플러스와는 협상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SKB와 유리하게 맺은 협상 조건을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LG유플러스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필요에 따라 글로벌 CP 들과 개별 계약을 맺으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자, 망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는 국내 CP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CP사 관계자는 "망 사용료를 내는 데 기본적으로 불만은 없지만, 통신사들이 해외 CP에 하는 행동을 보면 왜 우리만 돈을 내야 하는지 불공평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통신 3사가 각사 이익을 내려놓고 글로벌 CP와의 망 사용료 협상에 공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달 “국내 통신사들이 국내 CP와 해외 CP 간 망 사용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통신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협상력이 떨어지는 국내 통신사를 왜 신고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할 수 있는 일은 공정위 신고였다”고 밝혀, 문제 해결에 공정위가 나서달라고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정부는 글로벌 CP들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는 글로벌 CP들이 국내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도 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외 CP간 망 사용료 차별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소비자 단체에서는 망 사용료 차별 부과 문제 해결 보다는 망 사용료가 소비자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글로벌 CP들의 망사용 대가를 사실상 소비자들한테 그대로 전가해온 만큼, 글로벌 CP들의 망 사용료 부과는 통신료 인하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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