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는 우선순위 아냐… 비핵화 과정서 호전될 것”
‘역사 문제 한국 정치에 이용’ 지적엔 “그렇게 보는 게 정치적” 일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포괄적 핵 폐기에 대한 로드맵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 측에 한미가 주장하는 비핵화 최종 목표 및 로드맵 합의를 받아들이도록 재차 요구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사이에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로드맵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주 포괄적인 그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그렇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북한에 밝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국제사회 지원을 가속화한다는 면에서 북한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의 발언은 전날 국내 언론 대상 브리핑에서 “북한이 스코프(범위)를 더 넓혀서 포괄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과 ‘부분적 비핵화 합의’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협상에 돌파구가 열리려면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강 장관은 “그렇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하노이를 찾았을 때 확고한 조치들을 준비해 왔지만 미국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의 의지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강 장관은 북미가 공감대를 형성해 협상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양자가 유연성을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미국도 일괄타결 방침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했다.
강 장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인권 문제를 올려 놓는 것은 우선 순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비핵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교류가 커지면 인권 상황이 더 호전되고 언젠가는 이 문제를 좀더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오찬 간담회에서 “일본이 그런(역사)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 문제를 증폭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말한 데 대해 이날 한 일본 매체 기자는 “일본에서는 한국이 오히려 역사 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외교부에서 잘못된 보고를 올린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강 장관은 이에 “3ㆍ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정부가 모든 의지와 자원을 동원해 축하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이용하려 한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인 시선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도 강 장관은 “사법부 판결 뒤에는 많은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존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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