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역 앞 집회 중 시민들 ‘5·18 학살 전두환 후예당, 언능 가부러야, 가부러!”

3일 호남선을 타고 상경하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 나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주에서 5ㆍ18 민주화운동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물세례와 욕설 폭탄을 맞았다. 황 대표가 광주를 찾은 건 취임 후 처음으로, 그야말로 ‘호된 신고식’이었다.
여야 4당의 선거제ㆍ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에 반발, 전날 서울에서 시작해 대전ㆍ대구ㆍ부산에서 장외집회를 벌인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광주와 전주를 찾았다. 하지만 황 대표의 첫 광주 방문은 도착하기 전부터 분위기가 냉랭했다.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시민 수백 명은 행사 시작 한시간 전부터 집회장소인 광주 송정역 앞 광장을 가득 메웠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황 대표 일행을 기다렸다. 각자 손에는 ‘한국당은 해체하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내자’, ‘5ㆍ18학살 전두환의 후예 한국당’,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같은 피켓을 든 채였다.
이들은 황 대표가 10시30분쯤 광장으로 들어서자 “물러가라, 황교안”을 큰 소리로 외쳤다. “언능 가부러야, 가부러!”,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등 고성과 욕설도 터져 나왔다. 거친 항의가 이어지면서 황 대표 등은 광장이 아닌 주변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ㆍ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어렵게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며 패스트트랙의 문제점을 설파했다. 하지만 그의 연설은 시민들의 반발을 더 부추겼고,황 대표는 연설이 끝난 뒤 20여분 간 거칠게 막아서는 이들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기도 했다. 결국 황 대표는 검은 우산을 펼쳐 든 채 겹겹이 둘러싼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역사 안 역무실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황 대표가 전주행 기차를 탈 때까지 5ㆍ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 등의 거센 항의가 계속됐다.

황 대표를 향한 광주 시민들의 거센 반발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호남은 당 지지세가 전국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고, 특히 패스트트랙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또 이날은 5ㆍ18 기념식을 불과 2주 가량 남겨둔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당은 5ㆍ18 폄훼 논란을 빚어 자체 징계한 이종명 의원의 제명처분이나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유지 여부를 아직도 결정짓지 못한 상태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최고위원, 의원이 함께 했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한때 민주당 소속이었던 조경태 최고위원과 광주 출신 신보라 최고위원 등 일부만 동행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앞으로도 호남행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1박 2일 규탄대회의 마지막인 전주 집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항의하는) 분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정당정치를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같이 품어야 할 대상”이라며 “할 일이 참 많이 있다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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