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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푸틴의 뜻대로

입력
2019.05.03 18:00
수정
2019.05.03 19:3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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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1세기 세계사는 ‘푸틴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과 대결에서 연승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그의 의지가 실현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는 2008년 장미혁명의 나라 조지아를 침공, 친서방 정책을 펴던 미하일 샤카쉬빌리 정권을 혼내줬다. 전쟁 끝에 조지아는 남오세티아를 넘겨야 했다. 푸틴은 역시 러시아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던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이듬해 아예 병합시켰다.

□ 국경을 접한 두 나라에 대한 무력동원이 정권교체를 겨냥했다면 시리아는 반대 경우다. 9년째 계속되는 시리아 내전에서 푸틴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내내 지원했다. 반군을 돕던 미국 정부가 군대철수를 결정하면서 미러 대결은 다시 푸틴의 뜻대로 풀렸다. 세계 에너지의 주요 수송로인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내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물론이다. 제2의 시리아로 꼽히는 곳이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베네수엘라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러 양국의 대결구도에 중국이 사태에 가세한 점이다. 푸틴에게 힘이 더 붙은 양상이다.

□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붕괴하면 잃을 게 많다. 주요국에 돈을 빌려주고 영향력을 높이는 부채(負債)외교를 펴는 중국으로선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도 구멍이 뚫린다. 65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고비를 맞은 바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교역루트인 수단에서 지난달 쿠데타로 친중 오마르 바시르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물론 베네수엘라에선 러시아, 중국이 군용기까지 보내 마두로 정권을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도 만만치는 않다.

□ 쿠바, 니카라과와 함께 베네수엘라를 ‘폭정의 트로이카’로 칭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두로 정권 교체에 팔을 걷어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뒷마당’을 다시 내주면 외교성과가 무색해지고 재선에도 악재가 된다. 해상봉쇄, 항공금지구역 설정 등 군사개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부 요구도 거세다. 하지만 1일 민중폭동을 노리고 시도한 군사봉기가 실패하면서 미국도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아직은 미국이 아닌 푸틴의 뜻대로 사태가 흘러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중러 3국의 이해가 정리되지 않는다면 사태는 내전으로 치닫고 그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분열된 정치, 실패한 외교가 가져올 현실이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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