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딩 배운 청각장애 청소년, 자동차 엔지니어 되고 싶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딩 배운 청각장애 청소년, 자동차 엔지니어 되고 싶대요"

입력
2019.05.04 04:40
6면
0 0

 한국MS-JA코리아, 삼성농아원 위한 코딩 교수법 개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국제 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 JA코리아가 삼성농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딩 교육에서 김영실(왼쪽) 삼성농아원 사무국장이 수어통역을 돕고 있다. 한국MS 제공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국제 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 JA코리아가 삼성농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딩 교육에서 김영실(왼쪽) 삼성농아원 사무국장이 수어통역을 돕고 있다. 한국MS 제공

“코딩 수업에서 자동차를 만들어보더니, 전엔 그런 얘기를 안 하던 친구가 갑자기 자동차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졌다고 하더라고요. 학교나 학원 수업이었다면 따라가기 힘들었을 텐데, 좋은 기회를 얻은 덕분이죠.”

청각장애 청소년 26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삼성농아원에서는 2017년 5월부터 특별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국제 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 JA코리아가 손을 잡고 청각장애 청소년만을 위한 코딩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달 말 서울 동작구 삼성농아원에서 만난 김영실 사무국장은 “시각에 의존하는 청각장애아들에게 기계, 특히 스마트폰은 훌륭한 교육 도구”라며 “코딩 수업으로 원리를 알고 난 뒤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직업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작구 삼성농아원에서 만난 김영실 사무국장. 홍윤기 인턴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동작구 삼성농아원에서 만난 김영실 사무국장. 홍윤기 인턴기자

정보기술(IT) 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장애인들이 느낄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이론을 넘어 직접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화성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전등이나 온ㆍ습도 센서를 만들고,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화성을 탈출하는 방법까지 설계했다. 간단한 코딩이 익숙해진 뒤에는 송ㆍ수신이 가능한 라디오 통신기와 무선 자동차 등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그간 배웠던 것 중에 가장 생동감 넘쳤다”는 반응을 쏟아낼 만큼 즐거워했다고 김 국장은 전했다.

청각장애아만을 위한 코딩 수업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처음부터 가르치기가 수월했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코딩 교사 옆에서 수어 통역사가 직접 수업 내용을 통역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수어 통역사에게만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김 국장은 “비장애인들이 눈을 감고 수업을 듣는 것처럼, 아이들이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으니 수어를 보면서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집중력이 분산돼 교육 효과가 너무 떨어졌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결국 세 단체 협의 끝에 수업은 속기를 통한 문자 통역으로 바뀌었다.

삼성농아원 학생들이 노트북과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해 쉽게 코딩 과정을 익히고 있다. 한국MS 제공
삼성농아원 학생들이 노트북과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해 쉽게 코딩 과정을 익히고 있다. 한국MS 제공

일부 복합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교수법도 새로 고안해야 했다.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학생의 경우 속기 화면을 읽는 것도 힘들뿐더러, 작은 회로를 일일이 연결해야 하는 기계를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상대 JA코리아 팀장은 “기존 코딩 기계 대신 ‘마이크로비트’라는, 터치만으로도 프로그램을 입력할 수 있는 기계로 새 교육과정을 만들어 복합장애 아이들까지 함께 수업에 동참할 수 있게 했다”면서 “다양한 교재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장애 청년들이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다양한 IT 직군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도 종종 마련하고 있다. 한국MS는 2017년 4월 장애 및 비장애 청년 99명이 IT업계에 종사하는 멘토들과 만나는 1박 2일 캠프를 진행했는데, 삼성농아원 학생들도 함께 참석해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다.

2017년 4월 서울 종로구 한국MS 본사에서 진행된, 장애 청년들과 비장애 청년 99명이 함께한 IT 진로캠프 '유스 스파크 라이브(Youth Spark Live)' 현장. 한국MS 제공
2017년 4월 서울 종로구 한국MS 본사에서 진행된, 장애 청년들과 비장애 청년 99명이 함께한 IT 진로캠프 '유스 스파크 라이브(Youth Spark Live)' 현장. 한국MS 제공

김 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사소통 수단은 언어가 아니라 코딩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청각뿐 아니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무리 없이 세상과 소통하며 살기 위해서는 코딩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라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어진 것처럼, 장애인이 코딩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쉽게 세상 중심부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셈”이라며 “현재 MS가 마련하고 있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바탕으로 발전된 코딩 교육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