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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즈합시다” 서울대 재즈동아리 자이브의 재즈를 즐기는 법

입력
2019.05.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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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재즈 음악을 쉽게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재즈 연주 및 감상 동아리 자이브(JIVE)는 재즈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다. 1996년에 출발한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모여서 재즈 음악을 감상하고 연주한다.

자이브 회원들이 지난해 말 서울 신촌의 홍익대 뮤직홀 잭비님블에서 공연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자이브 제공
자이브 회원들이 지난해 말 서울 신촌의 홍익대 뮤직홀 잭비님블에서 공연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자이브 제공

자이브에 모인 54명이 재즈에 입문하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다. 재즈 음반을 모으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입문한 회원도 있고, 고교 시절 만난 교사의 영향으로 즐기게 된 경우도 있다. 우연히 듣게 된 곡이 좋아서, 혹은 단순히 재즈가 궁금해서 동아리 방문을 두드린 사람도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이브가 없었으면 혼자서 재즈에 빠져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현정우(21ㆍ경제학과) 전 자이브 회장은 재즈를 “입문하기 쉽지만 본격적으로 즐기기 힘든 음악”이라며 “국내에서는 소수가 즐기는 분야여서 연주 영상 외에 재즈를 설명하거나 곡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재즈가 어려운 음악으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변화무쌍한 연주에 있다. 재즈는 악보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연주자의 느낌과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관객의 호응이 연주를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재즈에서는 즉흥 연주인 ‘잼’이 중요하다. 연주자마다 각자 해석한 방식으로 연주하며 서로 실력을 겨룬다. 관객들은 호응의 강도로 각 연주를 즉석에서 평가한다. 재미도 있고 실력도 겨뤄볼 수 있어 잼이 재즈의 묘미 중 하나로 꼽힌다.

자이브 동아리방에서 회원들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자이브 제공
자이브 동아리방에서 회원들이 함께 연주를 하고 있다. 자이브 제공

자이브는 재즈를 널리 알리기 위해 동아리의 문턱을 낮췄다. 재즈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도 가입할 수 있다. 재즈가 궁금하고 즐기고 싶다면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감상회 시간에 재즈를 들으며 배우고 학기 초 연주회 때 악기를 익힐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회원 구성이 자이브의 특징이다. 국악과 학생들이 참가해 재즈와 국악을 접목시켜 연주하기도 한다. 거문고로 콘트라베이스와 비슷한 저음을 내는 재즈 연주를 한 적도 있다. 호른 을 전공한 클래식 연주자도 이 곳에서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재즈를 연주했다.

공식 활동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각각 열리는 연주 모임과 감상 모임이 있다. 화요일마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그 자리에서 곡을 정하고 함께 연주한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재즈 장르의 특성이 반영된 활동 방식이다.

자이브 동아리방에서 열린 감상회에 참가한 회원들이 재즈를 듣고 있다. 자이브 제공
자이브 동아리방에서 열린 감상회에 참가한 회원들이 재즈를 듣고 있다. 자이브 제공

감상회는 음향 시설이 설치된 동아리 방에서 주로 갖는다. 누군가 곡을 정하고 함께 감상하는 방식이다. 음악을 듣고 나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히 곡에 대한 느낌부터 곡의 특성, 연주의 기술적 특징 등 전문적인 이야기까지 오간다. 이를 통해 모르는 사람들은 하나씩 둘씩 배울 수 있다.

잼으로 대표되는 재즈의 진가가 라이브에 있다고 믿기에 재즈바에 가서 실제 연주를 보기도 한다. 자이브 회원들은 월 1회 꼴로 재즈바를 방문한다. 이광민(20ㆍ농경제사회학부) 회장은 “재즈는 즉흥 연주의 비중이 높아서 녹음된 곡과 라이브의 차이가 매우 크다”며 “재즈의 변화무쌍함을 느끼려면 공연장에 가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유명 재즈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재즈페스티벌도 재즈를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의 멋진 연주와 수많은 관객들이 호응하는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페스티벌의 묘미다. 5월 열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을 비롯해 가평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과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재즈페스티벌이다.

자이브 회원들이 펼치는 정기 공연은 신입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열리는 신입생 쇼케이스와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전체 공연 등 1년에 2,3회 열린다. 각종 행사에서 섭외가 들어오면 더러 특별 공연 무대가 마련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서울시 관악구청에서 공연 섭외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16, 17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영화제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자이브는 고려대 JASS, 성균관대 그루브, 연세대 쏘왓, 이화여대 투파이브, 항공대 재징유 등 서울 소재 6개 대학 재즈 동아리연합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같이 공연도 하고 감상 모임도 갖는다. 현 전 회장은 “학교별로 신입 동아리원들이 준비한 공연을 뽐내기도 하고, 돌아가며 곡을 선정해 함께 감상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재즈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연합 모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회원들에게 재즈는 이제 삶의 일부다. 이 회장은 “회원들끼리 서로의 장례식에서도 재즈를 연주해 주자는 얘기를 한다”며 “그만큼 재즈는 단순히 듣고 연주하는 대상을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서울대 출신들이 만들었던 밴드 산울림처럼 자이브가 유명해지는 상상을 한다. 음악 전공자들도 있으니 불가능한 상상만은 아닐 수 있다.

정영인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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