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탄생한 59세의 첫 전후세대 일왕. 이제껏 왕위교체가 엄숙한 국상(國喪) 중에 치러진 것과 달리 축제 분위기 속에 즉위했다. 일본 왕실전범은 종신 재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아버지 아키히토(明仁ㆍ86) 상왕이 2016년 고령에 따른 공무수행 부담으로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덕분이다.
아버지처럼 그도 평화주의자로 알려졌다. 즉위 후 첫 소감도 “국민의 행복과 국가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였다. 또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의거해 국가의 국민의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아키히토 상왕이 1989년 즉위 소감으로 밝힌 “헌법을 지키겠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는 전쟁경험 세대가 다수라 헌법 수호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 지금은 전쟁경험 세대가 줄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개헌을 추진 중이다. 일왕의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일본 헌법 상 개헌에 대한 찬반이 나뉜 상황에서 국사행위 중 헌법관을 밝히기 어렵다.
그럼에도 첫 전후세대 일왕이자 평화주의자인 부모의 손에 양육됐고 해외 유학을 경험한 점에서 그가 재위 기간 종종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2년간 영국유학 시절을 “자신의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매우 귀중하고 유익했다”고 회고했다. 왕실의 반대에도 7년 간 구애로 마사코(雅子ㆍ현 왕비)와 결혼했고, 아들 출산 압박에 마사코의 건강이 악화하자 아내를 지키며 왕실 갈등을 폭로하기도 했다. 왕세자 시절 국제 물 문제에 관심이 커 유엔 등 외교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재위 중 아버지의 길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일본 안팎의 기대가 큰 이유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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