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려면 대기업 투자 필요 정부 노력 메시지만으로도 의미”
설비투자 둔화 등 악화되는 상황, 친기업 행보로 방향 전환 관측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5~6월에는 집중적으로 대기업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데 이어, 정부의 경제 사령탑까지 ‘대기업 스킨십’ 확대를 외치면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한 정부가 친기업 행보로 방향 전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는 피지 난디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대기업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작년 12월 취임 이후 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중심으로 산업 현장을 찾았는데, 앞으론 대기업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설비투자 둔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3% 감소했다.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여 만의 최저 성장률이다. 특히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0.8%로 외환위기(1998년 1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 행사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전자에 대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바로 전날 열린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도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국가 경제를 위해 반가운 소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부총리의 대기업 방문과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을 방문해 투자 애로사항을 듣고 규제 완화든, 제도 개편이든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투자로 이어지느냐 여부와는 별개로 대통령이나 경제 정책 최고 담당자가 직접 기업을 만나 애로사항 등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사자인 재계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작년 12월~올해 4월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수출에 대해 “반도체 업황은 하반기 개선 전망이 우세하다”며 “선박 수출도 하반기에 몰려 있고 석유화학을 포함한 여러 품목들도 단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물량은 증가세를 보여 (수출이) 하반기에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유류세 인하 연장,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조치와 별개로 민간소비 활성화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1분기 들어 민간소비가 주춤한 양상”이라며 “내수진작 (대책을) 별도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