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11일까지 열려
“10대 아이들을 영화로 만든 건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스무살 성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전주영화제)가 이탈리아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로 2일 막을 열었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마약 밀매를 하면서 갱단으로 변모해 가는 10대 소년들을 그린 작품이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를 연출한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은 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열린 개막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10대 소년들이 순수를 잃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전주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초대해 줘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10대 소년들의 일탈을 다룬 이 영화가 전하는 주제의식은, 질풍노도 같은 성장기를 지나 스무살 청년기에 접어든 전주영화제의 과거, 현재, 미래와도 이어진다. 이충직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는 순수성을 상실하면 성장도 끝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며 “전주영화가 20년간 유지해 온 정신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이 영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전하고자 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상용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감독들에 주목했다”며 “조반네시 감독의 작품은 한국 관객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각본상) 수상작이기도 한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영화 ‘고모라’(2008)의 원작자로 알려진 로베르토 사비아노 작가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사비아노 작가는 과거 나폴리에서 10대 소년 갱단이 3개월간 한 구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 영화도 실화에 근거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사비아노 작가에게서 부탁을 받아 영화로 만들게 됐다는 조반네시 감독은 “게임처럼 시작된 사건이 전쟁으로 변해 간다”며 “범죄자와 마약 세계보다는 소년들의 감정에 초점을 두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조반네시 감독은 2016년 영화 ‘플라워’로 전주영화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플라워’도 10대가 주인공인 영화다. 조반네시 감독은 10대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10대는 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 구조가 생기고, 10대에게 우정과 사랑은 생사의 문제만큼이나 강렬한 감정이라서 영화적인 장점이 있다”며 “10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반네시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유럽 외 다른 문화권에 소개됐다는 사실에도 의미를 뒀다. 그는 “전주에 온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한국 음식과 아름다운 풍광에 반했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탈리아 영화를 한국 관객에게 잘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탰다.
전주영화제는 11일까지 10일간 열린다. 52개국 영화 262편(장편 202편ㆍ단편 60편)이 관객을 만난다. 폐막작은 ‘빌리 엘리어트’(2001)와 ‘설국열차’(2013)로 한국에도 친숙한 배우 제이미 벨이 주연을 맡은 미국 영화 ‘스킨’이다.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전주돔과 영화의 거리에선 가수 김경호와 알리, 소란 등이 출연하는 콘서트를 비롯해 인디밴드들의 버스킹 공연, 클래식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전주영화제가 후원하는 나래 코리아 콘서트도 3일 전주시 효자동 문화공간 이룸 아트홀에서 열린다.
전주=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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