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그림 속 책으로 떠나는 책 여행, 시간여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그림 속 책으로 떠나는 책 여행, 시간여행

입력
2019.05.02 17:42
수정
2019.05.02 19:18
22면
0 0
18세기 윤덕희의 그림 '독서하는 여인'. 서울대학교박물관/한겨레출판 제공
18세기 윤덕희의 그림 '독서하는 여인'. 서울대학교박물관/한겨레출판 제공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표정훈 지음

한겨레출판ㆍ292쪽ㆍ1만5,800원

소설도 아니고, 그림 소개서도 아니다. 에세이인 듯하면서도 픽션이고, 그림을 소개하는 듯하면서도 책 이야기를 무람 없이 해 낸다. 종래의 분류를 따르지 않으면서 책에 대한 감상을 전하고 그림에 대한 정보를 다룬다. 역사를 아우르기도 하고 현재를 진단하기도 한다. 책과 그림이라는 소재의 제한만 있고 서술은 자유롭고 자유롭다. 동서고금 그림 속 책을 화두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유명 책의 여러 인상적인 문구를 인용한다.

저자는 자칭 ‘탐서주의자’인 유명 출판평론가다. 책을 사랑하는 이가 그림 속 책을 봤을 때 당연히 들 만한 의문(어떤 책일까, 그림 속 주인공은 왜 그 책을 읽을까 등)을 단초로 문장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8세기 조선화가 윤덕희(1685~1776)의 그림 ‘독서하는 여인’을 통해 당대의 독서 문화를 들여다 본다. 그림 속 조선 여인의 표정은 편안하다. 하루 중 한가한 때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 패설(소설)이 유행했음을 문헌 등으로 설명하고 여인이 읽고 있는 책은 ‘숙향전’일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부모와 생이별한 처지로 술집에서 생활하는 여성과 지배 계층 가문의 촉망받는 남성”이 사랑하는 내용을 담은 ‘숙향전’은 현대 TV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독서하는 여인이 주말드라마 보듯 부담 없이 패설을 읽으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림 하나로 당대의 도서 향유 체계, ‘숙향전’이 나오게 된 시대적 배경, 패설에 대한 정승 채제공의 비판 등이 어우러진다.

책을 따라 그림 여행과 시간여행을 하다 보면, 장서 2만권인 저자의 책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알게 된다. 저자는 거실에 장식된 책으로 자신의 계층을 증명해 내려는 중산층의 속물성을 꼭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그들은 책을 사서 출판 산업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니까. 책을 읽지 않고 표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독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저자는 책과 독서를 지나치게 신성시하지 않는다. 책은 동료처럼 연인처럼 삶의 고락을 함께하는 것이니까. 그래야 혼자 남은 밤, 내 곁에 둘 수 있는 것이니까.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표지. 한겨레출판 제공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표지. 한겨레출판 제공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