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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디족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 “나의 이야기가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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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디족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 “나의 이야기가 저항이다”

입력
2019.05.02 18:22
수정
2019.05.03 10: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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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나디아 무라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11월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나디아 무라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가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벌인 자살폭탄테러와 총기난사 사건을 기억한다. 공연장과 축구 경기장에 있었던 평범한 시민들이 IS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을 때, 전세계는 애도의 물결로 뒤덮였다. 비슷한 시기 IS가 소수 부족인 야지디(이라크 모술, 터키 디야르바키르, 이란 일부 지역에 분포돼 있는 소수 종파) 수천 명을 ‘집단 학살’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야지디 여성 나디아 무라드(26)는 2015년 11월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포럼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다. 단 3분의 증언으로 이 집단 학살은 1년 3개월 만에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다.

‘더 라스트 걸’은 무라드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자서전이다. IS가 나타나기 전 가난하지만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라크 코초 지역의 일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무라드가 성 노예로 끌려가 겪은 폭력과 가까스로 탈출하게 된 과정으로 이어진다. IS 대원들의 이름도, 그들과의 대화도 세세히 기억하고 있는 무라드는 자극적인 묘사를 하지 않는다. 심경을 풀어내는 무라드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어느 순간 독자의 가슴을 찌를 것이다. 전쟁 범죄 피해자인 여성들, 그리고 소수 민족 학살에 무지했던, 그래서 더 많은 지지를 보내지 못했던 방관자들에게도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무라드는 왜 자신의 고향인 이라크가 IS의 중심지가 됐는가를 되짚으며 야지디의 이야기를 국제 정세와 연관 짓는다. 2003년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이후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세력을 확장한다. 그 사이 야지디는 인근의 수니파 아랍 마을들과 멀어지게 되고, IS는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야지디를 이교도라 여기며 노예로 삼기로 결정한다. IS는 코초의 남성과 나이든 여성을 죽였고, 젊은 여성은 성 노예인 ‘사비야’로 끌고 갔다.

IS는 계획적이었다. ‘포로와 노예 포획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라는 소책자까지 만들어 배부했다. 야지디 교리를 잘 알았던 IS가 여성들을 무력하게 만든 방법은 이랬다. “이제 넌 처녀가 아니다. 그리고 무슬림이지. 몸이 망가졌으니 가족에게 돌아가도 널 죽일 거다.”

무라드는 이 무참함을 목격하고도 방관한 이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야지디의 비명을 듣고도 모른 척했거나 심지어 탈출한 여성들을 IS에 신고했던 수니파 사람들, 야지디를 IS로부터 지킬 것이라 공언해 놓고는 급히 철수해 버린 쿠르드 자치 정부의 군사조직인 페슈메르가, 종교를 핑계로 여성이 성 노예가 되도록 방관한 다른 여성들까지.

더 라스트 걸

나디아 무라드, 제나 크라제스키 지음ㆍ공경희 옮김

북트리거 발행ㆍ392쪽ㆍ1만7,800원

무라드는 자신의 절실한 도움을 외면하지 않은 수니파 가족의 도움을 받아 IS로부터 탈출한다. 그러나 생존 후의 삶은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얻은 자유가 ‘당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라드는 인권운동가가 됐고, 오빠 헤즈니는 사비야 여성들을 구출하는 데 인생을 걸었다. 무라드가 자기 이야기를 끈질기게 하는 것은 IS가 저지른 죄를 책임지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무라드는 2018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책 제목에는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야지디 뿐 아니라 박해 받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말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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