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기능 저하로 근력 감소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빨리 늙고 사망 시기도 5년 정도 이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가 2일 발표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건강특성 비교를 통한 장애인의 노화 특성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은 고혈압ㆍ골다공증ㆍ근감소증 등 노화 관련 질환의 상병진단율과 사망률이 모든 생에주기에서 비장애인보다 높았다. 원인은 장애 자체였다. 심장 장애처럼 처음부터 노인성 질환 가능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체 장애처럼 운동 기능 등 신체 기능을 떨어트려 근력 감소 등 노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국립재활원이 2006년 기준 법적으로 인정된 등록 장애인 190만9,963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6년까지 10년간의 노화 추이를 조사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 2006년 기준 장애인은 20대인 청년기(18%)에 이미 비장애인의 성인기~중년기(14~29%) 수준의 노인성 질환 진단율을 보였다. 100명 중 18명이 질병을 앓고 있다는 의미인데, 같은 청년기에 속하는 비장애인(8%)보다 2.2배 높은 수치다.
질병의 중증도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높았다. 한 사람이 동시에 앓는 질병의 중증도를 측정하는 동반상병지수(0점~6점) 점수가 높을수록 중증 질환인 것을 의미하는데, 2006년 동반상병지수는 장애인(0.69)이 비장애인(0.35)보다 1.9배 높았다. 2016년에도 장애인(0.93점)이 비장애인(0.66)보다 1.4배 높았다. 2016년 기준 장애인의 거의 절반인 43.57%가 고혈압을 앓고 있었고 염증성 다발관절병증ㆍ관절증(35%) 당뇨(24%) 척추병증(19%) 등의 순서로 유병률이 높았다.
장애인의 노화가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에 시작되는 이유에 대해 호승희 국립재활원 건강보건연구과장은 “장애 자체가 활동량 저하나 근력 감소 등을 유발해 노화 지표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체장애인은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우므로 근력을 잃거나 관절염 같은 노인성 질환을 앓기 쉽다는 것. 심장 기능이 온전하지 않아서 동맥혈관 질환 유병률이 높은 심장 장애처럼, 장애 자체가 노인성 질환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의료기관에 입원해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장애인의 입원 비율은 2016년 27%로 비장애인(18%)보다 높았다. 장애인의 1인당 연평균 입원일수는 2016년 기준 67.7일로 비장애인(32.5일)의 2배에 달했다. 1인당 연평균 입원진료비 역시 장애인(734만원)이 비장애인(486만원)보다 높았다.
결과적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빨리 늙고 중한 질병을 앓다가 일찍 사망했다. 조사대상 기간 장애인 사망률은 22.64%(43만2,414명)였는데 같은 규모로 비교한 비장애인 사망률 13.66%(26만986명)보다 8.98%포인트 높았다. 사망 당시 평균연령은 장애인이 71.82세, 비장애인은 76.68세로 나타났다. 비장애인 대비 장애인의 사망자 수는 영유아기 34.0배, 아동기 18.4배, 청소년기 11.3배, 청년기 5.8배로 조사됐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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