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다음달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우려로 신규 발주가 끊기면서 손실이 커진 ESS업계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을 진행 중이며 오는 6월 초 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일 밝혔다. 조사위는 그 동안 발생한 21건의 화재사고를 유형화하고,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 내보내는 장치로, 국내에서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맞춰 관련 시장이 커졌다. 그런데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ESS 화재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5월 경북 경산시, 7월 경남 거창군, 11월 경북 문경시, 12월 강원 삼척시 등에서 총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300개 사업장에 대한 ESS 안전점검에 나섰고,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ESS 가동중단을 요청했다. 지난 1월에는 민간사업장에도 별도의 전용 건물이 설치되지 않았을 경우 원칙적으로 ESS 가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조사결과 발표를 미룬 산업부는 안전강화 대책만 먼저 내놨다. 신규 사업장에 대해서는 ESS 설치기준, 한국산업표준(KS), 국가통합인증마크(KC) 등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ESS 설치기준 개정안을 마련하고, KS 표준을 이달 내 제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수개월 째 설비 가동 중단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ESS 시설 1,490곳 중 35%에 해당하는 522개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LG화학, 삼성SDI, LS산전 등 ESS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요 대기업은 올해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ESS 관련 기업 관계자는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원인 규명 작업은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글로벌 경쟁력에도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동 중단으로 시장 자체가 수개월째 닫혀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고, 하청 업체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중이용시설은 가동 중단을 지속하더라도 실외 설치는 풀어주는 등 단계적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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