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승 신고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한화전의 주인공은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1실점(3피안타) 호투한 한화 김범수(24)였다. 팀은 4-1로 승리했고, 김범수는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지난 5년 동안 선발 도전 9번째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이날은 특히 김범수의 선발ㆍ불펜 통틀어 100번째 등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5이닝 동안 던진 공의 개수도 100개였다. 김범수는 “선발승의 기분이 이런 것인가 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는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 이전 경기까지 5승을 올렸는데 모두 구원승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중간 투수로만 출전했고, 2017년 5차례 선발로 나섰지만 4패만 떠안았다. 지난해 역시 두 차례 선발로 나왔지만 모두 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라졌다. 직구 볼끝도 좋아졌고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포크볼도 장착했다. 김범수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거치면서 몸 컨디션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면서 “빠른공은 쉽게 공략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시즌 초 한용덕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선발로 기용해 달라”라고 요청 했고, 한 감독은 김범수의 패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지난달 19일 삼성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1실점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결국 1일 첫 선발승을 거뒀다. 한 감독은 “구위나 볼끝, 릴리스포인트만 놓고 보면 국내 좌완 에이스급 선수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서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붙는다면 더 위력적인 공을 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들쭉날쭉한 제구력은 여전히 숙제다. 1일에도 최고구속 149㎞에 달하는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질렀지만 볼넷이 5개나 나왔다. 스트라이크과 볼의 비율도 51:49로 좋지 않았고,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볼도 수 차례 나왔다. 특히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둔 5회 2사 후에는 안타와 볼넷을 잇달아 내주며 위기를 자초 했다. 김범수는 “승리 욕심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욕심을 내는 바람에 힘이 들어갔고 스스로 흔들렸다. 그 역시 내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믿고 기다려 주신 대전 팬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는 6이닝, 7이닝까지 책임지면서 선발 마운드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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