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 0.5%
정부 “0%대 물가는 일시적 현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들어 4개월 연속0%대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디플레이션은 ‘경기둔화→소비감소→저물가 장기화→생산감소→경기악화’의 악순환이 나타나는 현상으로,여러 경제위기 가운데도 탈출이 쉽지 않은 최악의 위기 형태로 불린다.전문가들은 아직 디플레를우려하긴 이르다면서도,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멸된 후 물가 지표의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저 물가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4.87ㆍ2015년=100기준)는 1년 전보다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작년 12월 1.3%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1월 0.8%→2월 0.5%→3월 0.4%에 이어 4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4개월 연속 0%대 상승은 2016년 5~8월 이후 3년 여만이다.특히 올해 1~4월 누계 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았다.
지난달 저물가는 채소ㆍ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석유류는1년 전보다 5.5%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24%포인트 끌어내렸다.작년 12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채소류 또한 11.9%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19%포인트 낮췄다.통계청 관계자는 “기상 여건이 좋아지며 채소류 출하량이 늘었고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안정됐다”고 말했다.
서비스물가도 0.9% 상승에 그치며1999년 12월(0.1%) 이후 처음 0%대를 기록했다.휴대전화료(-3.2%) 입원진료비(-1.7%) 고등학교 납입금(-2.6%) 등의 하락폭이 컸다.정부의 통신비 감면 정책에다지난달부터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한방 진료비가 낮아진 결과로 풀이된다.다만 지난 2월 서울시 택시요금 인상을 시작으로 지자체들이 줄줄이 요금 인상에 나서며 택시료는 10.1% 상승했다.
◇고개 드는 디플레 우려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자 일각에서는 경기둔화에 따른 디플레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시장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큰 요소를 제거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조차 지난달 0.8% 상승에 그치며 2000년 2월(0.8%)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침체, 가계부채 부담에 따라 소비가 줄어드는 수요 측 물가하락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제 올 1분기(1~3월)소매판매 증가율(1.7%)은작년 1분기(+5.3%)보다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최근 0%대 물가는 △농산물 출하량 급증 △유류세 인하 △무상보육 등 가계비 경감대책 등이 작용한 ‘일시적현상’이라는 것이다.때문에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전기요금,의료비,통신비 등 이른바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까지 높아진다는 얘기가 나온다.황인선 기재부 민생경제정책관은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일부 작용하고 있지만,주요인은 농산물과 기름값 안정”이라며 “이런 요인이 소멸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 효과가 소멸되고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물가에 본격 반영되는 이달부터의 물가 향방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이달 6일부터는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15%에서 7%로 축소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디플레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인데,최근 0%대 물가는 준(準)디플레 정도로 볼 수 있다”며 “향후 근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회복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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