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기술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핵심 기술과 영업 비밀을 빼갔다”며 LG화학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0일 LG화학의 주장을 반박했는데, 이를 LG화학이 재반박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2일 추가 입장자료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국익 훼손, 인재 해외 유출 등의 측면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해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에 대해 LG화학은 “자동차전지 사업은 미국 등 해외시장 비중이 월등히 높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법적 대응을 미국에서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되받았다. 이어 “세계 시장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하고,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게 진정으로 국익을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배터리 개발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면 외국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SK이노베이션의 인력 유출 주장에 대해 LG화학은 “외국으로 인력과 기술이 빠져나가는 건 문제이고, 국내 업체에 빠져나가는 건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LG화학은 또 “국내 업체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제대로 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업체가 동일한 침해 행위를 했을 때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입사지원서 작성자 전부가 아니라, 면접 합격자에 대해서만 프로젝트에 함께 한 팀원 실명을 기술하도록 했으며, 이는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 양식 중 하나”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의 실명과 상세한 성과 내역을 적게 하는 등 주요 연구인력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절대 일상적이지 않은 행위”라며 “이런 내용을 기술하게 했다는 SK이노베이션의 해명 자체가 핵심기술이 유출됐다는 걸 확인해주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제2의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미래 시장이 큰 배터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간 법적 분쟁은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익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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