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정면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불쾌한 반응이고, 해외출장 중인 문 총장은 일정을 축소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갈등으로 치닫는 정국에 변수로 작용하고 향후 입법 과정에서 검경 간 날 선 대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선 문 총장이 1일 입장문을 낸 것부터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정치권이 몸싸움과 무더기 고소ㆍ고발 등 격한 대치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지 이틀 만에, 그것도 해외에서 성명을 낼 만큼 화급한 상황이었느냐는 지적이다. 검찰이 사개특위에서 수차례 입장을 개진해온 데다 앞으로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굳이 이 시점에 입장을 낸 것은 검찰 개혁에 대한 반기로 비칠 수 있다.
문 총장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한 언급도 타당성이 떨어진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중요한 개혁 과제다. 정치 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민주주의를 훼손해온 것을 바로잡으려는 조치를 반민주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견강부회에 가깝다. ‘촛불혁명’을 거치며 국민이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로 꼽은 것이 검찰 개혁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현재 안으로 수사권 조정이 확정되면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초 사개특위에서 깊이 다뤄지지 않았던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은 현 재판 상황을 감안할 때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정보수집 기능을 함께 갖는데 대한 불신도 크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 폐지로 인해 정보경찰의 일탈 위험성이 더 커졌다. 정보경찰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이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에 주력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경이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협력적 관계로 재정립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검찰이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되면 더 큰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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