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린이집 하루 1745원으로 점심 간식 어떻게 먹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린이집 하루 1745원으로 점심 간식 어떻게 먹나”

입력
2019.05.02 17:11
수정
2019.05.02 18:47
11면
0 0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ㆍ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부실한 급식을 상징하는 식판을 들고 있다. 전혼잎 기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린이집 급ㆍ간식비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부실한 급식을 상징하는 식판을 들고 있다. 전혼잎 기자

‘딸기 두 알이나 삶은 감자 반쪽, 식빵 한쪽, 우유 3분의1컵.’

하루 1,745원으로 점심과 오전ㆍ오후 두 차례의 간식까지 차려야 하는 어린이집에서 간식으로 제공하는 식단이다. 2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침에 따라 2009년부터 11년째 하루 1,745원으로 동결된 어린이집 급ㆍ간식비 인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식비와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지침은 ‘아동 1인당 적정수준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최소 1,745원 이상’으로 돼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금을 주거나, 부모들로부터 추가비용을 받지 않는 한 어린이집에서는 이 금액으로 아이들의 식사를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현실성 없는 급ㆍ간식비는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어린이집 부실 급식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15개월 때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김지애 활동가는 “(어린이집) 식단표를 보면 인스턴트나 반조리 음식이 대부분”이라면서 “겨우 김밥 한 줄 정도 살 수 있는 급ㆍ간식비로 하루 3번 음식을 주려니 식단 구성이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자체의 어린이집 급ㆍ간식비 지원액이 천차만별이라 사는 지역에 따라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이 달라진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이 전국 243개 광역ㆍ기초 지자체의 급ㆍ간식비 지원금을 전수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75곳은 지원금을 전혀 주지 않는 반면 충북 괴산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1,190원)을 줬다. 이어 전남 신안군(1,147원), 전남 여수시(1,019원) 순이었다. 서울에서도 자치구별로 차이가 컸다. 서울 금천구는 1,005원을 급ㆍ간식비로 지원하지만 관악구의 지원금은 150원에 불과했다. 지자체 지원액이 0원인 대구 동구에서 15년째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문경자(45)씨는 “하루 1,750원은 10년 전에도 말도 안 되는 액수였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같은 돈으로 된장국을 끓여도 물가가 높아져 점차 재료를 적게 쓰다 보니 결국 희멀건 맹탕 같은 국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10년간(2008~2018년) 소비자 물가 지수가 21.4%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1,745원의 금액은 동결이 아니라 오히려 374원 깎인 셈”이라면서 “내년도 어린이집 급ㆍ간식비 기준은 2,618원으로 1.5배 이상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급ㆍ간식비는 ‘최소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관계자는 “관련 지침은 정부가 어린이집에 주는 보육료에서 급ㆍ간식비를 최소 1,745원 이상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보육료가 최근 3년간 평균 약 5% 안팎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지원액도 인상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각 지자체별로 실제 급간식비 예산을 얼마나 편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정부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현행 급ㆍ간식비가 보육아동의 건강과 영양을 고려한 적정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하루 1,745원은) 현실적으로 영유아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어려운 비현실적 단가”라며 “연구나 현장의견을 통한 급ㆍ간식비 단가의 인상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