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남북 화합의 물꼬를 튼 건 ‘국기’ 태권도였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역사적인 개막식 사전공연을 시작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가교 역할을 했다. 올해도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분주하게 지구를 돌고 있는 조정원(72) 총재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실에서 만났다.
WT와 ITF는 지난달 5일, 11일과 12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WT는 우리나라, ITF는 북한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조 총재는 “하노이 북미회담이 의외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음에도 약속과 신의를 지켰다는 점에서 뜻 깊은 만남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WT와 ITF는 2006년 두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루기로 했지만 흐지부지된 채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2014년 중국 난징에서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라 2015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첫 합동 시범공연이 이뤄졌고 이번이 6번째였다. 지난해 평양에선 꽤 심도 있는 논의까지 이뤄졌다. 이제야말로 ‘한 지붕 두 태권도’의 통합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예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조 총재는 “1972년까지 우린 하나의 태권도였는데 정치적 상황으로 단절됐다. 2015년 첫 합동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북한 태권도는 전통을 그대로 지킨 반면 우리는 문화 예술과 만나 새롭게 발전해 왔다”고 되짚었다. 그는 “완전한 통합은 당장 어렵겠지만 또 지금 같이 좋은 무드였던 적도 없다. 서로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림픽 참가는 ITF가 평양에 WT 국가협회를 만들면 2024년에라도 가능하다”면서 “유럽 선수 중에는 그런 사례가 많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영국의 제이드 존스도 ITF 출신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태권도는 공정한 비디오 리플레이를 위해 사각이 없는 360도 4D카메라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 총재는 “파리에서 채택된 종목들을 보라. 브레이크댄싱, 스케이트보드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종목 4개가 들어갔다“면서 ”무도 태권도와 스포츠 태권도는 별개다. 스포츠 태권도는 시청자와 관중이 없으면 도태된다. 우리보다 역사 깊은 레슬링도 룰을 엄청나게 바꿨다”고 강조했다.
세계태권도연맹 209개 회원국 중, 올림픽에서 메달을 가져가는 나라는 25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조 총재는 “희망적인 건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요르단, 아프리카의 빈국 니제르 이런 나라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은메달을 땄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연맹은 지난 2016년 ‘WT 태권도 케어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저개발국 소외계층 태권도 지원 사업을 해 오고 있다. 조 총재 주도로 2016년 설립한 태권도 박애재단(THF)도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4월 요르단 아즈락 난민 캠프에 태권도 전용 교육 건물인 태권도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조 총재는 “이런 활동은 IF(국제경기연맹) 중에서 우리가 선구자다. 지난해 방콕에서 있었던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에서 태권도 아카데미라는 명칭도 휴머니티리안 태권도 센터로 바꿨다“면서 “많은 국제스포츠기구들이 동참 의사를 밝혀와 레슬링, 탁구, 배드민턴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유도, 하키, 핸드볼도 기다리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많은 종목들이 참여해 올림픽 스포츠를 통해 꿈과 행복을 찾는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맹은 다음달 서울 남대문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2004년 조 총재 취임 후 강남구 양재동에서 시작해 5번째 이전이다. 지난 2016년 5선에 성공한 조 총재는 2004년 첫 선출 후 2021년까지 18년 간 연맹을 이끌게 된다. IF를 통틀어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장수 수장’이다. 조 총재는 “내가 언제까지 하겠나. 이 자리에 도전하려는 외국 인사들이 많다”면서 “외국인이 총재가 되더라도 연맹 본부는 한국에 남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 총재는 “본부가 외국으로 옮긴다고 생각해보라. 태권도는 스포츠만 남고 한류문화는 사라질 것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번듯한 건물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법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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