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혹한 성폭행범 조두순의 출소(2020년 12월)를 앞두고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그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두 차례 제기됐지만, 현행법상 그의 출소를 막을 길은 없다. MBC 교양프로그램 ‘실화탐험대’는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그의 얼굴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국민 다수의 안전과 범죄자의 초상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답을 찾아달라”며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토론을 주문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인권 논의가 활발하다. 조두순 같은 범죄자 신상 공개뿐 아니라 미투 운동, 갑질 폭력, 난민 문제, 낙태죄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등 뜨거운 이슈들이 인권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인권 공론화의 장은 활짝 열렸지만, 논의 내용은 그다지 성숙하지 못하다. 인권이 ‘좋은 것이냐, 나쁘냐’ 정도의 이분법적 틀로 얕게 해석되는 수준이다.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는 좀 더 깊이 있게 인권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2015년 개인 인권감수성을 분석하는 ‘인권감수성 테스트’를 만든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썼다. 테스트는 참여자는 4년간 약 6만명. 참여자가 많다는 것은 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권 개념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정작 인권감수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구 교수 진단이다. 구 교수는 “미투 운동 당시 급진적 페미니즘이 성 평등 운동을 편향시킨 것을 비롯해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권을 앞세워 한쪽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며 “대중에게 인권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구정우 지음
북스톤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지난해 제주도에 무비자로 입국한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싼 여론은 ‘안전을 문제로 내쫓을 것인지’ 아니면 ‘국제기준에 맞춰 인도주의적 입장을 취할 것인지’라는 양론으로 갈려 있다. 책은 한국 경제 상황이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인지, 참고할 국제 기준이란 무엇인지, 난민을 받아들였을 때의 문제점과 경제적 효용은 얼마인지 등을 다각도에서 분석한다.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은 ‘지역 이기주의’나 ‘복지 정책’으로 단순화해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책은 이상적인 장애인 시설은 무엇인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는 무엇인지 등을 찬찬히 따져 보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인권은 결국 ‘공감’의 문제다. 책은 객관적인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진정한 공감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다시 되돌려 묻는다. “당신이 알고 있는 인권은 정말 안녕한가요?”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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