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듀오/그룹 신설 이후 아시아 첫 수상… 톱 소셜 아티스트상까지 2관왕
대중 음악으로서 가치 인정 받아… RM “계속 꿈꾸며 함께 나가겠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듀오/그룹 부문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연합뉴스

“후(Who)? BTS!”.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BMA) 시상식. 미국 배우 저스틴 하틀리와 크리시 메츠가 톱 듀오/그룹 부문 수상자로 “BTS”를 호명한 뒤 BTS가 적힌 수상자 카드를 객석으로 보여주자 장내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BMA는 그래미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힌다. 한국 가수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의 주요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기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눈물 흘린 ‘아미’

방탄소년단(BTS) 팬으로 보이는 외국인 여성은 눈물까지 흘렸다. 객석에선 ‘태형(방탄소년단 멤버 뷔의 실명)아 지켜 줄게’ 등 한글로 적힌 방탄소년단 응원 플래카드들이 넘실거렸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정국과 제이홉은 감격한 듯 자리에서 깡충 뛰었다.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새 역사를 쓴 순간의 풍경이다. 방탄소년단이 수상자로 호명된 후 시상식장엔 “얼쑤 좋다”란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낸 노래 ‘아이돌’의 후렴구였다. 방탄소년단의 BMA 수상 장면은 이날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N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부르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는 이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미국 가수 할시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영미서 팝 밴드 역사 쓴 BTS

‘기록 소년단’에게 깨지 못할 기록은 없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의 유명 록그룹 마룬5 등을 제치고 톱 듀오/그룹 부문 상을 받았다.

톱 듀오/그룹 상은 그 해 미국 음악시장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팀에 주어지는 것으로 BMA의 본상 중 하나다. 아시아 음악인이 톱 듀오/그룹 상을 받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BMA에서 1998년 신설한 톱 듀오/그룹 부문 트로피는 그간 백스트리트 보이스(1999)와 데스티니 차일드(2000)를 비롯해 블랙아이드피스(2011) 등 영미권 가수들이 모두 휩쓸었다. 남녀 솔로 가수에게 주는 톱 메일/피메일 아티스트 부문 상도 모두 영미권 가수들의 차지였다. 한국 가수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노래한 음악으로 제3세계 음악에 인색한 미국 주류 음악 시상식에서 본상을 차지하기는 매우 이례적이다.

방탄소년단의 톱 듀오/그룹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주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걸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주류 팝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한국어로 노래하며 군무 등이 두드러진 K팝의 특성을 앞세우고 있다. 톱 듀오/그룹 수상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음악평론가인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수상은 방탄소년단이 현재 장르 불문하고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 밴드라는 방증”이라며 “한국어로 노래하며 백스트리트 보이스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해 영미 팝 음악사에 한 줄을 그었다”라고 의미를 뒀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톱 듀오/그룹 수상은 단순히 인기를 넘어 대중 음악으로서의 가치도 현지 음악 업계에서 인정 받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세계를 ‘말춤’으로 들썩였던 싸이도 BMA에서 ‘강남스타일’로 톱 스트리밍 송 뮤직비디오 부문 상을 받은 게 전부였다. 싸이는 이 상을 생방송으로 중계된 시상식 무대가 아닌 자리에서 따로 받았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즈 레드 카펫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RM “계속 꿈꾸며 나가자”

뜻 깊은 수상에 방탄소년단도 감격했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은 “이렇게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 무대에 서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우리(방탄소년단 팬덤 ‘아미’)가 함께 나눈 작은 것들이 있어 (수상이) 가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RM이 언급한 작은 것들은 방탄소년단의 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빗댄 표현이다. RM은 또 “우린 6년 전과 같은 소년들”이라며 “계속 꿈꾸며 함께 나가자”라고 팬들과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방탄소년단의 커진 영향력은 시상식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BMA는 방탄소년단을 아티스트 자리 맨 앞줄에 앉혔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유명 가수 할리와 함께 꾸린 최신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는 마돈나와 머라이어 캐리 등의 공연 뒤에 선보여졌다. 시상식의 15번째 공연 중 14번째 순서였다. 시상식 주최 측은 화제성 있는 무대일수록 시청률을 고려해 방송 끝에 배치하곤 한다. BMA에 참석한 한 음악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무대를 선보이기 전 객석에서 BTS를 계속 외쳐 한국 음악 방송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미국 팝스타 켈리 클라크슨은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소개할 때 방청객에서 환호가 터져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온라인 인기상 격인 톱 소셜 아티스트 상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BMA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2017년부터 3년 연속 수상했다. 한국 가수 최다 기록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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