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회 제공 형태의 부당지원 첫 제재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자신과 아들이 소유한 회사에 그룹의 호텔 브랜드 상표권을 귀속시키고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총수 일가가 사업 기회를 제공 받는 형태로 사익을 취했다가 제재를 받은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이 총수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대림그룹 계열사 3곳(대림산업 오라관광 에이플러스디(APD))에 총 13억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이 회장과 대림산업,오라관광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일 밝혔다.회사별 과징금은 대림산업 4억300만원, 오라관광 7억3,300만원, APD가 1억6,900만원이다.
◇총수 개인회사에 브랜드 사용료 수억 지급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3년 호텔산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자체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를 개발한 뒤 브랜드 상표권을 APD가 등록하도록 했다. APD는 이 회장(55%)과 그의 장남인 동훈씨(45%)가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개인회사로,지난해 7월까지 이들 부자가 소유하고 있었다.법인 설립 당시 동훈씨는 초등학생이었다.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은 서울에서 ‘글래드 여의도’와 ‘글래드 라이브 강남’, 제주에서 ‘메종 글래드 제주’ 등 3개 호텔을 운영하면서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호텔 브랜드 사용 수수료 31억원을 APD에 제공했다.두 회사의 내부거래 공시에 따르면 오라관광은 APD에 10년간 약 253억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APD는 호텔 운영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예약망 시스템,멤버십 프로그램 등 브랜드 사용권 제공에 필요한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그럼에도 오라관광은 APD에 메리어트,힐튼,하얏트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호텔 사업자와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주기로 계약했다.브랜드 사용권과 브랜드 스탠다드(브랜드 호텔이 준수해야 할 운영 기준)제공 명목으로 매출액의 1~1.5%, 마케팅 분담금 명목으로 매출액의 1~1.4%가 각각 책정됐다.오라관광과 APD의 수수료 협의 과정엔 대림산업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사업기회 제공 제재 첫 사례”
공정위는 총수 개인회사인 APD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대림산업과 오라관광에 각각 ‘특수관계인에 유리한 사업기회 제공(공정거래법 제23조의2 1항 2호)’과 ‘특수관계인에 유리한 거래조건 적용(공정거래법 제23조의2 1항 1호)’혐의를 뒀다.공정위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제재하면서 사업기회 제공 금지 조항을 적용한 건 처음이다.이 회장 부자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말 APD 지분을 오라관광에 무상양도했다.
이 회장은 대림산업과 오라관광에 APD에 대한 부당 지원을 지시ㆍ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공정위는 호텔 사업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진 회의를 이 회장이 직접 주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가치평가가 어려운 무형자산의 특성을 이용해 브랜드 사용 거래를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에 동원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공정위 의결서를 받아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회사 측은 다만 이회장 부자가 APD 지분을 무상증여한 것은 공정위 조사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초 발표한 경영쇄신안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