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개방 7개월 만에 재개… 하루 4차례 320명 수용 계획
근무병들 방탄헬멧 대신 베레모, 관람객은 ‘도보다리’에 큰 관심
“예전에는 K-5 권총을 차고 근무했지만, 이제는 비무장으로 근무합니다. 그게 군사합의 이후 가장 크게 바뀐 점 같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유엔사령부 경비대대 소속 한 병사는 1일 지난해 9ㆍ19 군사합의 이후 바뀐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JSA 근무병들은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휴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탄 헬멧 대신 베레모를 쓰고 있다.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판문점 비무장화와 민간 개방 등에 필요한 조치를 위해 지난해 10월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이 7개월 만에 재개됐다. 이날 유엔군사령부는 통일부 대학생 기자단을 포함한 정책자문위원 81명을 판문점에 초청했다. 내ㆍ외신 기자를 포함해 150여명이 JSA 남측 지역에 나타나자 곧이어 북한군 3명이 북측 판문각에서 내려와 남측 동향을 살폈고 카메라로 방문객들을 찍었다. 이들 북한군 역시 전혀 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남북은 군사합의 이후 JSA 일대 지뢰를 제거하고 각각 초소 9곳을 폐쇄했으며, 공용화기와 탄약 철수, 불필요한 감시장비 제거 조치도 취했다. 유엔사 경비대대는 한국군 600여명과 유엔군 7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JSA 지역에는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인원 35명과 북측 인원 35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판문점 경비를 담당하는 유엔사 경비대대 소속 션 모로우 대대장(미국 육군 중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엔사는 남북 군사합의를 (판문점) 경비에 적용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곳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게 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초청된 일반 관람객들은 JSA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T-2) 내부를 구경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공동 식수한 소나무와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문구가 새겨진 식수 표지석을 둘러봤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산책하고 대화를 나눠 ‘평화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하늘색 ‘도보다리’였다. 진입로 포장 공사와 교각 안전조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두 정상이 앉아 대화했던 벤치는 하늘색 덮개로 가려져 있어 직접 앉아볼 수는 없었다. 도보다리 등을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 관람객은 “기분 좋았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또 북측 판문각에서 중국인 관광객 등 수백명이 나타나 남측을 향해 ‘손가락 하트’ 모양을 지어 보이고 손을 흔들었고, 남측 관광객들을 향해 환호성을 울리기도 했다. 모로우 대대장은 “북측은 견학을 중단하지 않았고, 많을 때는 하루 900명까지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이날부터 하루 4차례, 320여명의 견학을 실시한다. 정부는 향후 JSA 북측 지역까지 견학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군과 유엔사가 만든 JSA 공동근무 및 운용규칙안을 북측이 수용하면 JSA 전 지역 자유 왕래가 시행될 전망이다. 북측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판문점=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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