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시장의 불확실성도 증가해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기 위한 장외파생상품 거래금액 역시 1경6,000조원대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4년 규제 완화 뒤 사모펀드 급팽창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전체 수탁고는 총 2,010조원으로, 전년보다 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운용 형태로는 신탁이 873조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투자 일임이 586조원, 펀드 551조원이었다. 2014년만 해도 1,315조원 수준이었던 자산운용시장은 해마다 급성장을 거듭해 4년 만에 50% 이상 규모가 커졌다.
금융당국은 시장 급팽창의 분기점을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된 2015년으로 보고 있다. 전문 사모운용사의 진입요건 등이 완화되면서 사모자산운용사는 2014년 10곳에서 지난해 169곳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 역시 커졌는데 최근 4년간 증가한 펀드 수탁고의 무려 92%(160조원)가 사모펀드였다. 4년 전만해도 사모펀드 규모(173조원)가 공모펀드(204조원)를 따라가지 못했는데 지난해에는 333조원까지 늘어나 공모펀드(218조원) 시장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신탁 시장은 전체 수탁고의 절반 가까이를 은행(435조원)이 취급하고 있었고, 이어 증권사(209조원ㆍ23.9%)와 부동산신탁회사(207조원ㆍ23.7%), 보험사(23조원ㆍ2.6%) 등 순으로 시장을 점유했다. 신탁은 금전신탁(437조원)과 재산신탁(436조원)의 규모가 비슷했다. 재산신탁 중 부동산신탁은 4년 전보다 64.1% 늘어난 251조원이었다. 일임계약은 70% 이상이 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금감원은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13% 수준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올라간 상태”라고 분석했다.
◇환율 위험 피하는 통화선도 거래↑
실제로 지난해에는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장외파생상품 거래 증가를 부추겼다. 지난해 금융사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1경6,304조원이었다. 전년보다 16.8%(2,342조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장외파생상품 잔액 역시 1년 전보다 16.8% 증가한 9,27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장외파생상품은 주로 시장 참가자들이 투자위험을 피하기 위해 거래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국내외 금융시장의 이자율과 환율, 주가 등의 변동성이 커져 위험 회피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종목 별로는 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1경2,538조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의 76.9%를 차지했다. 이중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를 하기로 하는 ‘통화선도’ 계약이 전년보다 12.9%(1,355조원) 가량 늘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ㆍ중 무역분쟁 등으로 달러화의 가치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해 금리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이자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도 전년보다 34.8%(901조원) 늘어난 3,493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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