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를지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농단 관련 대법원 판결을 앞둔,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 승부수를 띄운 이 부회장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최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가 삼성물산 합병 및 분식회계와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는 회계자료나 내부보고서 등을 삭제한 정황을 확인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직원 수십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일일이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이다. 관련해 삼성이 내부 보고서 등 주요 자료를 은폐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 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분식회계를 한 게 아니라, 통상의 절차에 따라 회계를 진행한 것일 뿐이라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삭제ㆍ조작하거나,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회사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의 의견을 내도록 요구했다고 보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증거인멸 작업에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백모 상무와 소속 직원들이 대거 투입됐을 뿐 아니라 고한승 에피스 대표까지 검사를 받았다. 에피스 내에서 삭제를 주도한 양모 상무는 2012년까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서 근무한 인물이다. 검찰은 또 콜옵션 관련 의견서를 내준 신용평가회사를 조사하면서 “삼성이 원하는 대로 의견서를 써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에게 콜옵션 사실을 숨겼음에도, 이를 통지했던 것처럼 입을 맞춘 정황도 파악했다.
검찰의 이런 접근은 이 사건의 쟁점이 사실 관계가 아니라 ‘고의성 여부’에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등 자회사의 회계 처리 기준 변경을 통해 1조9000억여원의 순이익을 냈고, 2012~2014년 콜옵션 공시가 누락됐다는 사실 자체는 삼성도 인정한다. 다만 삼성은 통상적 절차라고, 검찰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용이라 보고 있다.
검찰이 고의성을 입증한다면 결국 그 고의성으로 인해 가장 혜택을 볼 사람으론 이 부회장이 꼽힌다. 콜옵션 부채가 2012~2014년 회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았던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상태에서 옛 삼성물산과 합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다시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이르면 내달까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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