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부터 발끝까지 인간의 신체로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동작으로 이뤄진 춤, 발레. 발레 장면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이유는 그 아름다움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발레가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건 드문 일이지만, 5월 무대에선 다를 것 같다. 발레와 무용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국내 창작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일흔을 앞둔 노인의 발레 도전기를 그린 서울예술단의 ‘나빌레라’(1~12일ㆍ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와 소극장 뮤지컬 ‘니진스키’(28일~8월18일ㆍ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두 공연 모두 초연이다.
‘나빌레라’는 같은 제목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치매를 앓는 노인 덕출과 부상 때문에 방황하는 스물 셋 발레리노 채록이 발레를 통해 만들어 가는 우정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작품 배경 자체가 현실의 발레단이다. “발레단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발레 동작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안무를 맡은 유회웅 안무감독의 설명. 무용수를 들어올리는 ‘리프트’ 등 발레 소스가 많이 들어간다고 유 안무감독은 귀띔했다.
유 안무감독은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이다. 그의 지도를 받으며 배우들은 ‘정통 발레’를 훈련했다. 그럴싸한 발레 동작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발레 기본기부터 다졌다. 다리 뼈를 회전시키는 ‘턴 아웃’ 동작 등을 혹독하게 연습했다. 유 안무감독은 “발레가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 없는 춤이긴 하지만, 주연 배우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무용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러시아 발레리노다. 20세기 초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무용단 ‘발레 뤼스’의 대표 무용수였지만, 불운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천재적 재능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소외됐다. 결국 오랫동안 정신병으로 고통 받다 생을 마감했다. ‘니진스키’에서 발레는 그의 삶 자체이면서, 그의 굴곡진 생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라는 한계로 인해 ‘니진스키’는 발레를 정면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무용수들의 기교는 영상으로 대체하고, 배우들은 인물들의 내면 연기에 집중한다. 안무를 맡은 정도영 안무감독은 뮤지컬 안무 경력만 15년인 베테랑. 그는 무리하지 않고 배우들 관점에서 안무를 짰다. 배우들이 노래하기에 불편한 동작은 빼고 연기하기에 편한 발레 동작을 중심으로 넣었다. 정통 발레를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배우들이 잘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 안무감독은 “배우들은 오히려 정통 발레 기술을 구사하고 싶어하지만 절제시키고 있다”며 “셔츠를 잡는다거나 뒷짐을 진다거나 하는 동작만으로도 배우들이 ‘발레 고수’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가 뮤지컬의 주인공이 된 데는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발레 붐도 영향을 미쳤다. 유회웅 안무감독은 “발레는 아름다움 그 자체인 동시에 신체 균형에도 도움이 되는 춤이자 운동이라는 것을 직접 해보신 분들이 잘 안다”며 “실생활에서 즐기는 발레가 뮤지컬과 드라마 등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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