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 거리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귀금속을 외상 거래한 뒤 잠적한 소매업자(한국일보 4월 18일자 13면) 손모(41)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조사 결과 손씨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손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해 30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손씨는 종로 귀금속거리 상인들에게 다이아몬드, 진주 등 귀금속을 받은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확인된 피해 규모는 17건 36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손씨가 잠적한지 두 달 만인 지난달 22일 경기 성남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해 검거했다.
10년 이상 종로 귀금속거리를 드나들며 거래해 온 손씨가 오랜 기간 도피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는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와 김씨의 이종조카 삼촌 강모씨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 3월 31일 강남경찰서에 “손씨가 사라졌다”라는 내용의 실종 신고까지 접수했다. 이는 피해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 손씨의 은신을 돕기 위한 눈속임이었다. 강씨는 차명으로 호텔을 예약해 손씨를 숨겨주고 도피처를 제공했다. 경찰은 김씨와 강씨도 각각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허위신고),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4일 최초 13명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고, 이후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 사례가 발견됐다”라며 “손씨와 김씨가 차명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고, 강씨가 은신처를 제공한 점 등을 봤을 때 손씨 범죄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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