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모처럼 손을 잡았다. 국경 장벽 문제, 특검 수사 보고서, 의회 조사 등으로 사사건건 날을 세워왔던 양측이 대규모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재건 계획에는 뜻을 함께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2조 달러(2,330조원) 규모 인프라 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아주 건설적인 회의였다"며 "백악관과 우리는 크고 과감한 방법으로 인프라에 관한 일을 하길 원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회동 후 성명을 내고 "양측은 미국의 도로와 고속도로, 교량, 터널, 철도, 항공체계 현대화, 광대역 통신 확대 등 인프라 재건에 대해 훌륭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90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분위기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찬사를 내놓았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번 회의에서는 중요한 법률안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호의(goodwill)가 있었다”며 “그 동안의 다른 회의들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 매우 흥분된다"며 "우리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9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각종 조사에 대한 얘기도 꺼내지 않았고 펠로시 의장에게 사탕을 건네주기도 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지난 1월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예산 협상에서 진전이 없자 30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은 인프라 재건이 초당파적 의제인데다 일시적 휴전이 필요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 도전을 앞두고 뚜렷한 입법 성과가 요구되고 민주당도 중도층 확장을 위해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나 경제로 이슈를 전환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양측은 다만 2조 달러의 재원 조달 방안은 합의하지 않아 핵심 쟁점으로 남겨둔 상황이다. 민주당은 2017년 이뤄졌던 감세 조치 일부를 폐기하거나 부자 증세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간 자본 참여를 제시해왔다. 아울러 공화당은 환경법 등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인프라 건설의 속도를 높이길 원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암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참모들은 인프라 문제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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