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개편의 핵심 사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최종 법안 통과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들 법안 모두 시간에 쫓겨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공수처 설치법안은 2개가 나란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상태다. 어차피 법률안 조정이 불가피해진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당초 공수처법은 비대해진 검찰 권력 견제와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엄단을 취지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막상 여야 4당이 합의한 법안에는 알맹이가 빠졌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뺀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주고, 대신 판ㆍ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부여했다. 정작 주요 대상인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대통령 친ㆍ인척 등은 기소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함께 올라간 바른미래당 공수처 법안에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둬 공수처의 기소권을 더욱 제한했다. ‘무늬만 공수처’가 아닌 기소 대상 확대를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의 또 다른 논란은 독립성 문제였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에 반대한 것도 ‘권력의 하수인’이 될 거라는 우려에서였다. 여야 4당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국회 몫 4명(여야 각 2명)에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추천인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은 정부측 인사여서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에 맞는 인물이 공수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공수처장 임명시 국회 동의를 얻게 한 바른미래당안은 공수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검토할 만하다.
검찰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면밀히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일 “형사사법 절차는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 지정을 정면 비판했다. 경찰의 수사권한 남용에 대한 제한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검사가 직접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명시한 ‘중요 범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법개혁 법안을 띄우는 게 시급했다면 이제부턴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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