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자가 불과 열흘 새 160만명을 돌파했다. 29일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 동의자도 이틀 만에 25만명을 넘어섰다. 헌법이 규정한 정당 해산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정부가 국민청원을 받아들여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도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순식간에 160만명 넘는 국민이 정당해산 청원에 동참한 의미는 분명하다. 민생은 외면한 채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여의도 ‘동물 국회’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 일보 직전이라는 걸 보여 준다.
정치권은 역대 최다 청원 기록을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분노한 민심을 받들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한국당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김태흠 의원은 160만 청원에 대해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당) 지지자에 당원만 해도 그 숫자가 더 많다”고 폄하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작 여부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1일 회동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국회 논의조차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협상 복귀를 촉구했지만, 한국당은 장외 투쟁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불법이라고 비판했던 광화문 천막 농성까지 검토 중이다. 극우 지지층만 환호할 하책(下策)이다. 한국당의 극한 투쟁은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속히 국회를 정상화하고 패스트트랙 협상에 나서야 한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최장 330일간 협상의 장이 마련되므로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 정부가 최근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민생ㆍ경제 법안도 산적해 있다. 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매달릴수록 정치 실종의 책임을 온전히 떠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청와대와 여당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욕설과 고성, 몸싸움 등 사생결단식 대결로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냈고 서로 고발한 의원만 80명에 육박한다. 조국 민정수석은 연일 야당을 조롱하는 ‘페북 정치’로 국회 갈등을 부추겼다. 여권은 깊은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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