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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과의 간격이 한 뼘 겨우 될까 말까다. 앞사람 의자 등받이와 뒷줄 책상 사이의 공간 또한 딱 그만큼뿐이다. 한 분단에 18명씩 다섯 분단, 총 90명이 한 교실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수업을 듣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에 남은 1967년 서울 성북구 숭덕국민(초등)학교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52년이 흐른 지난달 30일 이 학교 1학년 7반 교실은 여유롭다 못해 휑한 느낌마저 든다. 반 전체 학생 수는 27명. 통학 여건이 좋은 편이라 서울 지역 평균(학급당 21.7명)을 웃도는 수준인데도 이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면서 자연 인구 감소가 시작되지만 학령 인구는 이미 급감 중이다.
대비되는 두 장면은 우리나라 인구 변화 추이의 극과 극을 담고 있다. 일명 ‘베이비 부머(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세대)’들이 취학하던 1960~1970년대 학교는 포화상태였다. 교실마저 태부족이다 보니 한 반에 70~80명은 보통이고, 다른 반과 시차를 두고 교실을 공유하는 2부제, 3부제 수업도 다반사였다.
이 같은 ‘인구 폭발’ 현상은 1968년 서울 동대문구 전농초등학교의 운동장 조회 장면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운동장을 빽빽하게 채운 학생들. 그 해 이 학교 학생 수는 1만23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743명으로 줄었다. 웬만한 도시 지역 학교들은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그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학생 수의 전체적인 감소 현상은 출산율 저하와 연관이 깊다. 출생자 수가 줄면 학령 인구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최근 10년만 보더라도 2009년 347만명이던 초등학교 학생 수는 지난해 271만명으로 약 22% 감소했다. 미래는 더 암울하다. 통계청은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을 통해 초등학교 학령인구가 2025년 233만명, 2030년엔 18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개별 학교로 따져 보면 사회, 경제적 활동에 따른 인구의 이 동 또한 학생 수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인구의 도시 집중이 심화하면서 시골 분교들의 폐교가 잇따랐고, 최근에는 신도시 등 대규모 주거지구 개발로 인해 구도심 학교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심각하다. 110년이 넘는 역사의 전남 목포 북교초등학교의 경우 한때 전교생 수가 2,000~3,00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155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계속 줄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북교동은 목포의 대표적인 구 도심 지역이다. 학교 관계자는 “구 도심 인구가 계속 신시가지로 빠져나가는 데다 학부모들이 새 학군을 선호하다 보니 취학을 앞두고 다른 지역으로 전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구 도심 학교 중엔 폐교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에서만 올해 초등학교 네 곳이 폐교했고 수도권 지역에서까지 폐교하거나 폐교 절차를 밟고 있는 중학교가 등장할 정도다.
학생 수의 감소는 교육 환경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우선 ‘콩나물시루’ 같던 교실이 한층 여유로워졌고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면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세심한 지도가 가능해졌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여유 교실을 음악실이나 미술실 등 특별실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 수가 줄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며 사회성을 기르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현실은 안타깝다. 학년 당 한 학급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학년을 올라가도 반이 바뀌지 않으니 졸업할 때까지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잡무와 민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점도 교사 입장에선 고충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한 반에 60명이 넘을 때에 비하면 학생 인권이나 교육 환경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의 주목적을 살리는 투자가 부족하고 상식을 벗어난 학부모 민원이 늘다 보니 교사들이 소신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초등학교의 교장은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원 수를 줄인다거나 교실이 남는다고 유치원을 병설하는 등 단순 산술적 접근만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교육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자료사진=한국일보 DB컨텐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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