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이 장비를 깔고 있는데…. 끝이 없네요.”
보슬비가 내리던 지난 4월26일 경기 안양시 호계동 6층 건물 옥상. 5세대(G) 통신 기지국 구축 업무를 담당하는 김중익 LG유플러스 수원인프라팀 책임의 얼굴엔 안전모를 타고 흐른 빗방울이 쉴새 없이 떨어졌다. 2001년 입사한 그는 개인휴대통신(PCS) 시절부터 18년째 무선통신 인프라 구축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300㎏ 이고 옥상으로, 산으로
옥상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김 책임이 이날 5G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공간이 나온다. 난간도 없는 아찔한 공간에서 그는 장비가 강풍이나 폭우에 쓰러지지 않도록 하나에 15㎏나 되는 ‘근석’(밑을 받치는 돌) 여러 개를 쌓는다. 그 위에 안테나 장비, 기지국 본체 등을 조립하고 안테나 각도를 맞춘 뒤 전원을 연결하면 1차 작업은 마무리된다.
지난 4월 3일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신호 끊김, 네트워크 불안정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5G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김 책임을 포함한 기지국 구축 인력들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기지국 1개를 구축하기 위해 옮겨야 하는 장비는 근석을 포함해 총 300㎏에 달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심은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주요 산 정상과 국립공원 등에는 사람이 직접 장비들을 짊어지고 이동한다. 도심 기지국은 1개 구축에 2~3시간씩 소요돼 보통 한 팀이 하루에 2~3개 정도 설치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전국 5G 기지국 수는 5만4,202개로 22일(5만512개)보다 3,690개 늘었다.
◇‘세계 최초’가 겪는 진통
현재 이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5G 통신 끊김 현상이다. 통신 커버리지를 결정하는 5G 기지국 구축 속도는 LTE 때와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G는 2003년 첫 상용화 후 2007년 전국망 구축을 끝냈고, LTE 상용화는 2011년이었지만 전국망 구축은 2012년이었다. 다만 5G는 숨가쁘게 진행된 상용화 일정 탓에 현장에서는 지금도 장비와 스마트폰 연동 테스트, 문제 해결을 위한 업그레이드 등 이른바 ‘최적화’ 작업을 무한 반복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5G 표준은 부족한 5G 망을 LTE 망으로 대체하는 혼용모드(NSA)인데, 주파수 대역과 통신 방법 등을 규정한 NSA 글로벌 표준이 정립된 시점은 지난해 6월이다. 이를 기반으로 제조사들은 장비와 스마트폰 개발을 끝내고 납품해야 한다. 표준 확정 후 장비 출시까지 빨라도 5~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이 굉장히 빠듯하다. 장비업계에 따르면 삼성 에릭슨 화웨이와 함께 통신장비 ‘빅4’ 기업인 노키아는 1월 공급 예정이었던 장비를 4월에야 공급했다.
김 책임은 “LTE 때는 이미 장비 개발이 완벽하게 끝난 상황이었고 장비와 문제 없이 연동되는 LTE폰도 많아 장비를 설치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장비 수급, 문제 파악과 해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ㆍ사람에 막히기도
건물 신축과 철거가 빠르게 진행되는 신도시에선 눈 뜨면 달라지는 주변 건물 환경도 변수가 된다. 이날 호계동 구축 현장 바로 앞에는 아파트 건축이 한창이었다. 5G 전파는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지 못하고 튕겨 나오기 때문에 기지국 반경 안에 새로 올라오거나 사라지는 건물들은 전파 도달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시로 점검하며 전파를 송수신하는 안테나 방향을 바꿔줘야 한다.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건물이 사유재산이어서 입주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큰 업무다. 그는 “입주자 대표 회의단이나 상가번영회 등이 구성되지 않은 신축건물에는 기지국이 들어가지 못한다”며 “설치한 뒤에도 입주자 1~2명이 반대하면 전원을 꺼버리거나 장비를 철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속도라면 서울과 수도권은 5월 말이면 촘촘한 커버리지가 완성될 것으로 통신업계는 보고 있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선 실내에서도 전파를 잡는 인빌딩 장비를 고층 빌딩, 대형 쇼핑몰, 공항 등에 설치해야 한다. 이동통신 3사는 빠른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전국 120여개 빌딩과 수도권 1~9호선 지하철에 관련 설비를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5G 전국망 완료 시점을 2022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