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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왕 나루히토 “세계 평화 희망”… 헌법 수호 언급은 없었다

입력
2019.05.01 11:46
수정
2019.05.01 21: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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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레이와 시대 개막 맞아 즉위 후 첫 소감

문 대통령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 기대” 축전

나루히토 새 일왕(오른쪽)이 1일 오전 차량에 탑승해 즉위식이 열리는 고쿄(皇居)로 이동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나루히토 새 일왕(오른쪽)이 1일 오전 차량에 탑승해 즉위식이 열리는 고쿄(皇居)로 이동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그리고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

나루히토(德仁ㆍ59) 새 일왕은 1일 즉위 후 첫 소감(오코토바ㆍお言葉)으로 세계 평화를 강조했다.

헤이세이(平成)에 이어 레이와(令和) 시대의 평화를 기원한 것이지만, 상왕인 아키히토(明仁ㆍ재위 1989~2019) 전 일왕이 즉위 소감으로 밝혔던 “헌법을 지키겠다”는 표현은 없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고쿄(皇居ㆍ일왕의 거처) 내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린 조현 의식에서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에 다가가면서 헌법에 의거, 일본과 일본 국민의 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고 밝혔다. 헌법에 기초한 ‘상징 일왕’ 역할에 충실하면서 아버지가 보여준 모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일왕의 즉위ㆍ퇴위 소감은 총리가 주재하는 각의(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친다. 세계 평화를 강조했지만 정치 행위를 금지된 일왕이 국사행위에서 역사관과 헌법관이 담긴 언급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현 의식은 왕족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각료, 지방자치단체장 등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10분간 진행됐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30분 같은 장소에선 겐지토쇼케이노기라는 즉위 의식이 열렸다. 새 일왕이 청동검과 청동거울, 굽은구슬 등 삼종신기(三種神器)로 불리는 일본 왕가의 상징물과 국새(國璽), 어새(御璽)를 물려 받는 의식이다. 성인 남성 왕족만 참석하는 관례에 따라 동생 후미히토(文仁)와 작은 아버지인 마사히토(正仁)가 참석했다. 마사코(雅子) 왕비 등 여성 왕족들은 조현 의식에만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축하하고 퇴위한 아키히토 천황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일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도 레이와 시대 개막을 맞아 일본 열도는 들썩였다. 방송사들은 오전 새 일왕이 왕세자 시절부터 지낸 아카사카고요치(赤坂御用地) 도구고쇼(東宮御所)에서 즉위 의식이 열리는 고쿄로 ‘첫 출근’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도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이 다카나와(高輪) 황족저택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고쿄에 머물기 때문이다.

오전부터 고쿄 주변 거리엔 새 일왕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 들었고 일왕 내외가 탑승한 차량을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일왕을 태운 차량이 한조몬(半蔵門)을 통해 고쿄로 들어갈 때엔 만세를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나루히토 일왕은 고쿄에서 즉위 의식을 헌법에 의해 규정한 국사행위로 결정하는 문서를 결재하고 자신을 보좌하는 시종장을 임명하는 등 집무를 시작했다.

일본 신문들도 새 일왕의 첫 소감을 담은 호외를 제작, 도쿄 신주쿠(新宿) 등 번화가에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도쿄와 오사카(大阪) 등에선 이날 0시를 기해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려는 이들이 구청에 몰려드는 ‘레이와콘(令和婚)’ 러시도 나타났다. 같은 시간 신주쿠와 오사카, 삿포로(札幌) 등에선 레이와 카운트다운 행사를 참가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도쿄 긴자(銀座)에선 “신분 차별, 성 차별의 상징인 천황제를 끝내자”는 구호를 외치는 천황제 폐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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