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 연합뉴스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의 구속영장이 또다시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안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 흡입독성실험을 포함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조사 및 수사 진행 경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범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적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백모 전 애경중앙연구소 소장과 전직 애경 임원 진모 씨, 이마트 전 임원 홍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필러물산에 하청을 줘 만들고 애경이 받아 판매한 제품이다. 안 전 대표는 애경이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한 2002~2011년 애경산업의 대표이사였다.
검찰은 애경이 단순히 이 제품을 판매했을 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흔적을 다수 파악했다. 하청업체 선정은 물론 용기ㆍ제품안내문ㆍ표시광고 등을 결정할 때 SK케미칼과 긴밀히 협조했다는 것이다. 또 SK케미칼로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넘겨받아 원료물질의 흡입독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애경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아 판매한 이마트 역시 안전성에 대한 주의 의무를 어겼다고 보고 옛 신세계 이마트 부문 상품본부장(부사장)을 지낸 홍씨의 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원료물질 정보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해 유해성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애경 측손을 들어주면서 검찰 수사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가습기 메이트가 제조·판매된 당시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았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와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등에 대한 수사가 아직 남아있다.
2011년까지 9년간 판매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하지만 2016년 수사에선 CMIT와 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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