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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을 강타한 ‘백지선호’ 돌풍, 슬로베니아 6전7기 끝에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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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을 강타한 ‘백지선호’ 돌풍, 슬로베니아 6전7기 끝에 제압

입력
2019.04.30 21:3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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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대표팀 김기성이 30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아이스하키 대표팀 김기성이 30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한국 아이스하키가 2년 전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1부) 승격을 이뤄낸 기적을 다시 한번 재현할 조짐이다.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대회를 앞두고 중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첫 두 경기를 내리 승리로 장식했다. 특히, 그 동안 6차례 맞붙어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 슬로베니아를 꺾어 대표팀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백지선(52)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2019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 2차전에서 나란히 1골 1어시스트를 올린 김상욱-김기성 형제와 40세이브를 올린 수문장 맷 달튼(이상 한라)의 맹활약에 힘입어 극적인 5-3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연승으로 승점 6점을 기록하며 중간 순위 단독 선두로 도약, 이번 대회 ‘돌풍의 팀’으로 떠올랐다.

1차전에서 난적 헝가리를 5-1로 대파한 한국은 기세를 몰아 ‘천적’으로 꼽히는 우승 후보 슬로베니아까지 격침했다. 대표팀은 2004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6차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슬로베니아를 넘지 못했다. 반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슈퍼스타 안제 코피타(LA 킹스)의 합류로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 슬로베니아는 1차전에서 카자흐스탄(2-3)에 진 데 이어, 2차전에서 한국 돌풍의 희생양이 됐다.

헝가리전 대승의 주인공 김상욱-김기성 형제는 슬로베니아전에서도 놀라운 호흡과 골 결정력을 선보이며 역전 드라마의 주역이 됐다. 김기성은 1피리어드 4분 35초에 김상욱이 공격 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퍽을 빼앗아 뒤로 내준 것을 페이스오프 서클 쪽으로 쇄도하며 강력한 원타이머로 마무리, 선제골을 작렬했다. 헝가리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득점포다. 그러나 슬로베니아는 안제 코피타와 로버트 사볼리치(KHL 노브고로드)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고 한국은 거듭된 페널티로 인한 수적 열세에서 잇달아 실점하는 등 수세에 몰리며 1-3으로 뒤진 채 1피리어드를 마쳤다.

한국은 2피리어드에 다시 반격했다. 7분에 김원준(한라)이 만회골을 넣었고, 파워 플레이(상대 페널티로 인한 수적 우세 상황)가 펼쳐지던 9분 2초엔 김상욱-김기성 형제가 2대1 플레이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문전에 있는 김기성에게 퍽을 내준 김상욱이 문전으로 쇄도했고, 김기성의 슈팅이 골리 맞고 리바운드된 것을 상대 수비수 틈바구니를 뚫고 스틱으로 밀어 넣었다.

이날의 백미는 수비수 김현수(한라)의 장거리 역전골이었다. 2피리어드 10분 8초에 이용준(대명), 김원중(한라)으로 연결된 퍽이 왼쪽 블루라인 선상으로 왔고, 김현수가 이를 받아 날린 혼신의 슬랩샷은 총알 같이 날아가 슬로베니아 골대 왼쪽 탑 코너에 꽂혔다. 4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현수가 세계선수권에서 골을 터트린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한국은 3피리어드에 상대의 수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맷 달튼을 중심으로 박빙의 리드를 지켜냈다. 슬로베니아가 엠티넷 플레이(골리를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는 것)를 펼치던 종료 38초를 남기고 신상훈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2일 오후 10시30분 개최국이자 또 다른 우승 후보인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3차전을 치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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