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철 前 공항공사 사장 등 청탁자들 소환 초읽기

2012년 ‘KT 부정채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석채(74) 전 KT 회장이 구속됐다. 채용담당 전무와 사장에 이어 이 전 회장까지 구속한 검찰의 칼날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자녀나 지인의 부정채용을 청탁한 이들을 향했다.
서울남부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회장은 KT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임한 2012년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김 의원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업무방해)다.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 전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내가 참, 사진 많이 받네”라고 혼잣말을 하며 법정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에는 “충무공의 심정이 생각난다”고 무죄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채용 과정에서 10건 이상의 부정채용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지난 22일과 25일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KT 인사업무를 총괄한 김상효 전 전무, 김 전 전무에게 부정채용을 지시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서 전 사장이 약 6건의 부정채용을 주도했고, 김 전 전무도 5건 정도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전무의 공소장에는 ‘회장이나 사장 등이 관심을 갖는 특정 지원자들을 내부 임원 추천자나 관심 지원자로 분류해 별도 관리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 전 회장이 전체 부정채용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김 의원 딸의 채용 과정에는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KT ‘윗선’부터 부정채용을 지시하거나 승인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검찰 수사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
부정채용을 실행한 이들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부정채용을 청탁한 수혜자들 소환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KT가 김 의원 딸 채용을 대가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진 2012년에 KT 관련 현안을 다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당(새누리당) 간사로 활동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
김 의원 외에도 자녀나 지인의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 DS 사장 등도 곧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KT 부정채용 사례를 계속 파헤치고 있어 유력 인사들이 추가로 연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 김영삼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지낸 이 전 회장은 2001년 PCS 사업자 선정 특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KT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인 2014년 100억원 대 배임ㆍ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곧 세 번째 재판을 앞두게 됐다. 구속은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전 회장은 앞선 두 번의 재판에서는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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