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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문 대통령 ‘기업 프렌들리’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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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에… 문 대통령 ‘기업 프렌들리’ 가속

입력
2019.04.30 18:29
수정
2019.05.01 00:24
2면
0 0

정부, 삼성전자와 ‘맞손’… 시스템 반도체 지원 방안 발표

팹리스 중소업체 전용펀드, 파운드리 업체 위해 공공수요 발굴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왼쪽 첫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 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ㆍ칩 공개 세리머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왼쪽 첫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 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ㆍ칩 공개 세리머니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삼성전자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기업들이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집권 후반기 주요 정책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의 첨단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며 기업들의 적극적 투자를 주문해 왔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용 지표가 악화하고 경제 위기론이 확산되자, 결국 청와대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쪽으로 시각이 바뀐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을 때 청와대 일각에서 ‘투자 구걸’ 논란이 제기됐을 정도로 현 정부는 기업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직접 국내 주요 기업의 사업장을 방문해 첨단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비즈니스 프렌들리’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대통령 4대 그룹 현장 방문 행보 및 주요 발언 /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대통령 4대 그룹 현장 방문 행보 및 주요 발언 / 김경진기자

◇4대그룹 현장 찾은 문 대통령 “첨단 산업 지원”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해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현장”이라고 치켜세운 뒤 “정부도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마음껏 연구하고 사업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K하이닉스 청주 M15공장 준공식을 찾아 “반도체 산업은 한국경제의 엔진”이라며 “SK하이닉스 투자 계획을 응원하고 정부도 기업의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행사’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을 만나 “내가 수소차 홍보대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성사업장에서도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삼성의 원대한 목표에 박수를 보낸다”고 평가 한 뒤 “정부도 민간영역 수요 창출의 마중물이 되는 등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사업장 방문을 끝으로 문 대통령이 주요 4대 그룹 핵심 사업과 관련한 장소를 모두 방문해 기업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정책 과제의 무게 추가 ‘적폐 청산’ 등에서 ‘경제 살리기’로 넘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 ”시스템 반도체 집중 육성”

정부가 이날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은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체력 키우기와 저변 확대에 맞춰져 있다.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주요 분야인 팹리스(반도체 설계)ㆍ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성장을 지원하고, 반도체 생태계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를 주로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정보를 처리ㆍ연산 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쓰인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전자기기에 부착된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등이 모두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는 종류가 최대 1,000여개에 달하지만 품목별로 수요가 크지 않은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이다. 때문에 반도체 생산 시설 없이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나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뒤늦게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이 분야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용펀드 등으로 중소규모의 팹리스 업체를 지원하면 우리나라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공분야의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세제와 금융지원을 확대 하면 파운드리 분야도 단기간에 세계 1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연세대와 고려대 등 국내 주요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도 설립한다. 또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에 향후 10년 간 1조원 이상의 투자도 집행하기로 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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