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주춤하면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은 60%나 줄어들었다. 반도체 호황을 누리던 지난 2년간 영업이익의 80% 가까이를 반도체 사업에서 내며 우려됐던 ‘반도체 편중’ 부작용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3,900억원, 영업이익 6조2,3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줄었고, 전 분기 대비 1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더 크게 감소해 지난해 1분기보다 무려 60.2%나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전 분기에 비해서도 42.3% 줄어들었다.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가 있었던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최저치다.

1년 새 반도체 부문에서만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증발하면서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1분기 반도체 사업은 매출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3%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 13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지 2분기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지속적으로 오르던 D램 가격이 40% 이상 하락한 것이 결정타였다. 업황 둔화에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메모리 수요가 하락한 탓이다. 삼성전자 측은 “1분기 반도체 시장은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 등으로 전반적인 수요 약세를 보였다”면서도 “주요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고용량 낸드, D램 메모리 수요 등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서는 3년만에 영업이익 5,6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손실은 2016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영향 받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감소와 지난해 대비 20%가량 하락한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 가격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로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DS부문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69.9%나 감소한 3조5,40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11분기만에 최저치다. 삼성전자 측은 그러나 “반도체는 2분기 메모리 시장에서 일부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디스플레이에서는 중소형 패널 제품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부문은 매출 27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대비하면 매출 4%, 영업이익 39.8%가 감소한 수준이지만, 올해 3월 출시된 갤럭시S10 덕분에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는 매출 17%, 영업이익 50%가 증가했다. 다만 마케팅 활동과 중저가 라인업 교체 등 투자 비용이 발생한 탓에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9에 비해 수익이 크지는 않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TV 및 생활가전을 포함하는 CE부문에서는 10조400억원 매출, 5,400억원 영업이익이 났다. TV사업은 QLEDㆍ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 증가로, 생활가전은 의류청정기와 건조기 등 새로운 가전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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