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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상태' 시내 면세점... 추가 이탈자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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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상태' 시내 면세점... 추가 이탈자 나오나

입력
2019.05.01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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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에 이어 면세점 업계의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추가 이탈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 두산면세점 매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화그룹에 이어 면세점 업계의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추가 이탈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 두산면세점 매장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화그룹이 면세점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면세점 업계에서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아 한화와 같은 후발 기업, 중소ㆍ중견 면세점 업체 중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과 2016년 크게 늘어 올해 13개로 포화 상태다. 터줏대감이었던 롯데와 신라 외에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 두산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뛰어들며 외형은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면세점 시장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2019년 1분기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 /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019년 1분기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 / 김경진기자

◇‘빅3’ 독식 구조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은 4조9,000억원이다. 그런데 롯데와 신라, 신세계의 매출이 90% 이상이다. 신규, 중소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짧은 시간 최대한 많은 물건을 사야 하는 다이궁들은 이동하기 편리하고 인기 브랜드가 몰려 있는 명동 롯데, 회현동 신세계, 장충동 신라면세점을 주요 코스로 삼는다.

신규, 중소 업체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비싼 송객수수료(외국 단체관광객의 구매에 대해 면세점에서 여행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지급한다. 업계에 따르면 송객수수료는 ‘빅3’ 업체의 경우 10% 중반대, 대기업 후발 주자들은 10% 후반대에서 20% 초반대, 중소 업체들은 20% 후반대로 형성돼 있다고 한다.

신규, 중소 면세점들은 ‘바잉 파워(buying power)’에서도 밀린다. 주요 면세품을 대량 구매할 때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면세점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화장품 1만개를 사도 바잉 파워가 강한 쪽이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후발주자들은 송객수수료에 할인 혜택까지 더해 사실상 30~40%의 수수료를 다이궁에 퍼주면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악순환에 허덕이게 된다.

한국을 찾은 일본 단체관광객이 지난 13일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장하는 모습. 롯데면세점 제공
한국을 찾은 일본 단체관광객이 지난 13일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장하는 모습. 롯데면세점 제공

◇서울 시내면세점 또 추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활성화하겠다며 지난 2월 관세법을 개정해 면세점 진입 문턱을 크게 낮췄다. 앞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20만명 이상 늘거나 관광 매출액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경우 신규 면세점 특허를 내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과 제주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허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데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선발주자인 롯데와 신라는 시내면세점을 추가 허용하면 업체간 출혈 경쟁이 심화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후발주자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은 찬성하는 쪽이다.

다만 변수가 있다. 오는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선물보따리로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게 유커(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늘어나면 국내 면세점 업계는 기존 다이궁과 함께 ‘쌍끌이’ 매출로 다시 한 번 ‘봄날’을 맞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들이 현재 고전하면서도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에 긍정적인 것은 조만간 유커가 돌아올 거란 기대감 때문“이라며 ”한화의 이번 결정이 손실을 최소화한 발 빠른 결정이 될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성급한 결정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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