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에서 대기업에 대한 ‘조세 정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아마존 등 거대 기업은 각종 명목으로 세부담(법인세)을 경감 받지만, 서민들은 꼬박꼬박 소득세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이 대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세법에 따라 포천 500대 기업 중 60곳이 이익을 냈지만 2018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심지어 일부는 되돌려 받은 경우도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기업들이 세금을 돌려받은 이유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7년 연구ㆍ개발(R&D) 분야에 226억달러(26조2,960억원)를 투자했다. 뉴욕에 제2사옥을 위한 부동산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아마존의 투자 중 일부다. 2018년 아마존의 부동산ㆍ공장ㆍ설비 투자액도 600억달러에 달한다. 직원들에게 현금 대신 주식으로 성과를 보상해주는 것 역시 세금 감면에 한 역할을 했다. 이 결과 지난해 108억달러 이익을 내놓고도 아마존은 연방 정부에서 과거 낸 세금을 돌려 받았다. 환급 금액만 해도 1억2,900만달러(약1,507억원)에 달한다.
2017년 미국 의회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 단일세율로 변경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법인세율을 28%로 인하하려 시도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 때에서야 결실을 맺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새로운 규제에 대한 위협을 제거해 그 동안 오랫동안 억압됐던 ‘애니멀 스피릿’을 깨웠다”고 27일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감세 정책이 투자 확대 등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작용됐다는 지적이다. 캐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지난해부터의 경제 성장은 단기적 성장이 아니라 미국을 더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장기적 정책에 대한 중요한 응답”이라고 26일 WSJ에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감세 정책을 공격하고 나섰다. 중산층과 서민에겐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대표적이다. 샌더스 의원은 폭스뉴스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아마존과 넷플릭스 같은 수십 개 거대 기업들이 트럼프 세법에 의해 연방세를 한 푼도 내고 있지 않다”며 “이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더 급진적이다. 1억달러가 넘는 이익을 본 기억은 초과 이익의 7%를 세금으로 납부케 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워런 의원은 향후 10년동안 1,200여개 기업으로부터 1조달러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워런 의원의 제안을 아마존에 적용해보면 아마존은 2018년에만 6억9,800만달러 세금을 연방정부에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최근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직 세금 관련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5월에 “세금 제도가 왜곡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미 재계와 보수층은 다른 의견이다. 법인세를 깎아준 만큼 고용ㆍ투자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3.2%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GDP 성장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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